제3565화
유정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백림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말없이 그녀를 안방으로 향해 걸었다.
“나, 나 먼저 샤워하고 싶어!”
유정이 허둥지둥 소리치자, 백림은 그녀 이마에 입을 맞추며 낮고 짙은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씻어.”
...
욕실을 나설 때, 유정은 거의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지경이었다. 침대 위에 조심스레 눕혀졌지만, 손은 어찌할 바를 몰라 허공을 헤맸다.
그러자 백림이 유정의 이마와 뺨을 차례로 입 맞추며 속삭였다.
“무서워하지 마. 그렇게 두려운 일 아니야.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할게.”
“누가 무서워한대?”
유정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스스로 백림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날 밤, 백림은 케이슬 방에서처럼 거칠지 않았다. 모든 동작이 조심스러웠고, 조심스러움 속에 꾹 눌러둔 욕망이 섞여 있었다.
백림은 유정에게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번엔, 그만두는 거 없어.”
백림은 유정의 두 손을 꼭 쥐며 속삭였다.
“다신 너한테 도망칠 기회 안 줄 거야.”
유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거 준비는 했지?”
백림은 키스를 이어가며, 흐릿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 며칠은 괜찮아.”
백림의 손이 닿을 때마다, 유정의 살결은 눈처럼 붉어졌다. 눈가에는 물기가 맺히고, 붉은 입술은 꽃처럼 생기 있었다.
유정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얇고 떨려 있었다.
“불 꺼.”
유정이 눈을 피하며 조용히 말하자, 백림은 여자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웃었다.
“왜 꺼? 나랑 눈 마주치는 거 싫어?”
“끄라고.”
그러나 유정은 단호하게 되받아치자, 백림은 숨을 고르며, 리모컨을 들어 조명을 껐다.
방은 곧 어둠에 잠겼고, 어둠 속에서 둘만의 숨결만이 공기를 채웠다. 유정은 백림의 깊은 눈동자에 자신이 비치는 걸 느꼈다.
남자가 잡은 손의 힘, 숨결, 존재 모두가 자신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유정은 깨달았다. 그와의 이 밤은, 단순한 밤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결국 이 남자에게, 자신을 모두 내어주었다는 것을 말이다.
모든 것이 고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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