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89화
시안은 웃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휴대폰을 막 내려놓으려던 순간, 조백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엄마가 방금 전화하셨어. 주말에 너 데리고 집에 오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말했지, 아직 수요일이라고.]
유정의 입꼬리에 잔잔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딱 좋네. 친구한테 부탁해서 선지 좀 샀거든. 주말에 들고 가서 어머님께 드리면 좋겠다.”
이에 백림은 부드럽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렇게 느낌이 내가 둘 사이 오작교 역할만 하는 것 같지?]
유정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은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뜻이지. 나쁘지 않잖아?”
“와이프님께 그런 말씀 들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예전에는 백림이 남편, 와이프님 같은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 게 못마땅했지만, 이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다 보니 어느샌가 익숙해져 있었다.
유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방금 조시안이랑 통화했어. 전시회 외전 관련해서 얘기 나눴지.”
백림은 짧은 침묵 끝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먼저 자진해서 보고해 줬으니까, 이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
유정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바쁘니까, 그만 물러날게.”
그러나 백림은 장난기 어린 어조로 말했다.
[벌써 물러나는 건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유정은 휴대폰 닿은 귓가가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낮게 투덜대고는 전화를 끊었다.
금요일, 주준은 전시회 참가를 앞두고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갤러리를 찾았다.
주준을 응대한 사람은 오현길이 아닌 강윤수라는 다른 담당자였다.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후, 주준이 복도를 나서던 순간, 마침 신희와 마주쳤다.
흰 코트를 걸치고 베이지색 베레모를 쓴 신희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왔다.
여자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건넸다.
“주준 작가님.”
주준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희 씨.”
“이제 점심시간인데, 시간 괜찮으시면 식사라도 같이하시죠? 건물 아래층이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주준이 막 거절하려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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