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05화
백림은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을 일으켜 영인에게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유정의 손을 잡은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유정의 볼은 화끈거렸는데, 확실히 백림처럼 얼굴에 철판을 깔지는 못한 것 같았다.
이때, 영인이 상큼한 목소리로 물었다.
“둘이 외출하는 거예요?”
유정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이에요.”
이에 영인은 반색하며 말했다.
“나도 마침 밥 먹으러 나가는 길이예요. 방금 라이브 방송 끝냈기도 하고 밥하기 귀찮아서요. 근처에 괜찮은 양식집 있는데, 같이 가도 돼요?”
유정은 어떻게 거절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백림이 나긋한 어조로 먼저 입을 열었다.
“안 돼요. 미안하지만, 저녁은 여자 친구랑 단둘이 먹고 싶어요.”
그 말에 영인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당황한 듯 웃었다.
“아, 죄송해요.”
엘리베이터를 나서 차를 향해 걸어가며 유정이 물었다.
“방금 한 말, 너무 직설적이었던 거 아니야?”
백림은 담담히 대답했다.
“상대가 연인 사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굳이 같이 밥 먹자고 하는 건, 일부러 그러는 거든 눈치가 없든, 둘 다 문제야. 어느 쪽이든 좀 겪어봐야 정신 차리지.”
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네.”
백림이 웃으며 물었다.
“근데, 왜 나한테는 그렇게 둔감해?”
유정이 멈칫하며 되물었다.
“뭐가?”
백림은 유정의 손을 잡아 문에 기댄 채 실눈을 뜬 채 바라보았다.
“앞으로 이런 일 생기면, 바로 거절해 줘야 해. 내 존재감, 권리를 지켜줘야지.”
유정은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또렷한 눈매로 말했다.
“내가 권리를 지켜준다 해도, 너처럼 알아서 자제하는 것만 못하지.”
“그럼, 나 오늘 점수 좀 땄나?”
백림이 장난스럽게 묻자 유정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합격이야.”
“그럼, 상 줘야지?”
백림은 그렇게 말하자마자 유정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끊긴 그 순간의 갈증을 다시 이어가듯, 백림의 움직임엔 욕망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이었고, 언제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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