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20화
조엄화는 눈빛을 번뜩이며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 동의 안 하면 어쩔 건데요? 약혼 깨지면 조씨 집안에서 자금 다 빼버린다잖아요. 그러면 우리 유씨 집안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이게 다 우리 전체를 위한 결정이에요. 누구 때문에 생긴 일인지 생각해 보면, 신희가 뒷수습하는 셈이죠.”
유지태는 곧바로 웃으며 맞장구쳤다.
“역시 우리 며느리, 큰 그림을 보네.”
신화선은 유신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신희야, 너 생각은 어떠니?”
신희는 속으로 불쾌한 감정이 피어올랐지만, 백림의 잘생긴 외모와 조씨 집안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니가 꼭 파혼하겠다고 고집한다면, 저라도 대신할 수 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가족 덕분에 부족함 없이 자랐어요.”
“그런 환경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테고요. 그러니까 전 할아버지, 할머니 뜻에 따를게요.”
그렇게 말하는 신희를 바라보는 신화선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자랑스러우면서도 짠한 듯, 손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결국은 우리 신희밖에 없구나.”
조엄화는 입꼬리를 삐죽이며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유지태 역시 덧붙였다.
“신희가 억울하지 않게 해줘야지. 혼수는 네가 알아서 준비해.”
그 말에 조엄화는 눈이 번쩍이며 말했다.
“아버님, 진심이세요?”
유지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은혜와 유준탁은 잠시 눈을 마주쳤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 할 수 없었다.
결국, 유정이 먼저 등을 돌렸으니 둘의 입장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유정은 본채로 가지 않고 바로 자신의 별채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선 뒤,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문에 등을 기댄 채 숨을 고르다가, 문득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그 웃음은 도리어 오열하는 것보다 더 서글펐다.
처음엔 백림이 농담하는 줄 알았고, 진짜로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백림은 유정을 파산시킬 위기에 처하게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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