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9화
영상 통화가 연결되자, 화면엔 외할아버지 서정후가 뜨더니 마당 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이 나왔다.
유정이 보내준 두툼한 패딩을 입고 있었고, 큰 소리로 외쳤다.
[유정아, 무슨 일이냐?]
유정은 의아해서 물었다.
“이렇게 추운데 마당에서 뭐 하세요?”
“장석호랑 그 노인네들이랑 한잔하고 있지!”
말하면서 휴대폰을 돌려 마당 풍경을 보여줬다.
‘헉!’
마당 한복판에 테이블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는 동동주와 각종 고기, 술, 그리고 동그란 구리냄비 속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전골이 올려져 있었다.
그 주변엔 네댓 명이 둘러앉아 흥겨운 표정으로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중 한 어르신이 휴대폰 화면 속 유정을 발견하곤 손을 흔들며 말했다.
[유정이 왔냐, 밥은 먹었어?]
유정은 따뜻한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칠촌 할아버지,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좋지! 아직은 팔팔해!]
서정후가 다시 휴대폰을 자기 쪽으로 돌리더니 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래, 무슨 일 있냐?]
이에 유정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뇨, 별일 아니에요. 계속 드세요. 술은 좀 줄이시고요.”
“그래, 네 말 들을게. 딱 두 잔만 마실게!”
화면 속 서정후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 조백림이랑은 이제 완전히 끝난 거냐? 정리했으면 바로 경성으로 와. 우리 둘이 오붓하게 설 쇠자.”
그 말에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칠촌 할아버지랑 장석호 할아버지랑 이야기 계속하세요. 너무 늦게 주무시진 마시고요.”
[알았어, 알았어!]
전화를 끊은 뒤, 유정은 휴대폰을 옆에 던지듯 내려놨다.
‘역시 엄마 말은 한마디도 믿으면 안 되네. 저게 고독하다고? 저게 외로움을 타는 거라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하고 나온 유정은, 욕실 문을 열자마자 다시 울리는 벨 소리에 고개를 들자, 또 외할아버지였다.
영상 통화를 받으니, 이번엔 술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마당 구석이었고, 말소리는 멀리서 아련하게 들렸다.
서정후가 물었다.
[아까 전화 건 거, 혹시 무슨 얘기 하려고 했던 거냐?]
술도 놓고, 일부러 자리까지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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