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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8화

조백림은 밤새 시계를 계속 들여다보았다. 벌써 열 시가 넘었는데도 유정은 오지 않았다. 남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까 고민하던 중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이에 백림의 눈빛이 번쩍이며, 곧장 문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문을 열자, 문밖에 서 있던 건 남자였다. 간병인 복장을 한 남자는 공손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조백림 씨. 저는 유정 씨가 보내신 전담 간병인이에요. 오늘 밤 약을 발라 드리러 왔어요.” 백림의 웃고 있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그 표정을 본 간병인은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불만스러운 평가를 받을 것 같은 불안감에 움찔했다. 백림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에게 얼마 줬죠?” 간병인이 가격을 말하자, 백림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두 배 줄 테니, 돌아가세요.” 뜻밖의 말에 간병인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간병인을 돌려보낸 백림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문자도 전화도 하지 않고, 그냥 바로 침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몇 분 뒤, 백림은 안방에서 다시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그는 얼굴을 굳힌 채, 못 들은 척했다. 잠시 후,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났다. 복도엔 은은한 조명이 하나 켜져 있었고, 유정은 식탁 위에 자신이 주문한 음식들이 그대로 놓여 있는 걸 보고, 그가 한 입도 먹지 않은 걸 알아챘다. 곧장 안방으로 향한 유정은 문을 열자마자 은은한 담배 냄새를 맡았다. 백림이 발코니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유정은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담배 피우면 안 된다는 거 몰라?” 백림은 창밖을 보며, 어두운 조명 아래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날 신경 안 쓸 거면, 아예 아무것도 하지 마.” 이에 유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신경 안 쓴대?” 백림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말없이 앉아 있었고, 그 표정은 왠지 억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유정은 다가가 백림이 피우던 담배를 빼앗아 재떨이에 눌러 끄며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어.” “안 먹어. 혼자선 입맛 없어.” 백림의 말에 유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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