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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7화

십여 분 동안 내적 갈등을 겪은 끝에, 유정은 결국 스탠드 등을 켰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두 시. 창밖을 한 번 바라본 유정은 옷장 속에서 긴 롱패딩을 꺼내 입고 방을 나섰다. 이 시각, 서씨 저택은 깊은 적막에 잠겨 있었다. 다만 회색 담장 아래로 길게 뻗은 불빛만이 흐릿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하늘과 땅, 눈으로 모두 뒤덮인 세상은 경계조차 사라진 듯, 온통 혼돈 그 자체였다. 유정은 눈 쌓인 바닥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무거운 나무문을 밀고 나서자, 바깥은 칠흑 같은 어둠과 싸늘한 공기로 가득했다. 유정은 입술을 지그시 다물며 낮게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잠시 그렇게 눈밭에 멈춰 서 있던 유정은 돌아서려다, 그대로 얼어붙었다. 대문 옆 벽에 기대어 선 남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백림은 가는 눈으로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엔 놀람과 안도가 동시에 담겨 있었다. 백림의 검은색 코트 위로 눈송이가 소리 없이 내려앉아 있었고,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은 이미 축축이 젖어 있었다. 피부는 차갑고 창백했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달처럼, 은은한 빛을 띠고 있었다. 유정의 심장은 그 순간 멈췄다가, 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그녀는 숨을 죽인 채 그를 응시했다. “아직 안 간 거야?” “응, 안 갔어.” 백림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낮게 갈라졌다. “밤에 있었던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그냥, 네 가까이 있고 싶었어.” “그리고 더 무서운 건, 혹시 네가 할아버지 말에 마음이 흔들려서, 날 정말 버리면 어떡하나 그게 두려웠어.” 백림의 말에 유정의 마음 어딘가가 갈라지듯 찢어졌고,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화나고, 서럽고, 분했다. 유정은 백림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고, 가까워질수록 시야가 흐려졌다. 그리고 그 앞에 선 순간, 여태까지 묵혀왔던 감정들이 무너져 내렸다. 여자는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마구 때리며 울부짖었다. “나쁜 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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