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29화
뜨거운 입김이 이마에 닿자, 소희는 눈을 천천히 감았고, 입꼬리는 저절로 말려 올라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니 한동안 정신이 또렷해져서,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기 이름은 뭐로 할지, 명절 지나고 임유진과 구은정이 약혼식을 올린다던 소식, 또 강재석이 강성으로 내려올 예정이라는 소문까지.
구택은 소희의 어깨를 감싸 안고, 한 손으로 소희의 어깨를 토닥이자, 소희는 이내 다시 조용히 잠에 빠져들었다.
구택은 자기 이마를 소희의 이마에 살짝 맞댄 채, 희미한 조명 아래 잠든 얼굴을 지켜보았다. 마음은 마치 별빛이 떨어진 듯 고요하고 따뜻했다.
세상의 모든 곳에 소희의 이름으로 집을 마련해주겠다는 약속, 그 약속보다 더 확실한 행복이 지금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아내와 아이였다.
또한 그것이 바로 구택의 전부였다.
소희가 전날 밤늦게까지 놀았다는 걸 알았기에, 노정순은 아침 일찍부터 도우미들에게 단단히 일렀다.
“소희 잠 깨기 전엔 누구도 방에 들어가지 말게.”
그래서 아침 아홉 시가 돼서야 소희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구택은 이미 외출 복장을 마치고 소희 곁에 서 있었다.
“방에서 먹을래, 아니면 아래층 식탁으로 갈까?”
“식탁으로 가야지.”
소희는 이불을 당기며 슬며시 일어났는데, 마음 한편이 살짝 불편했다.
이제 임씨 집안 며느리가 된 마당에, 전날 밤늦게까지 놀고 오늘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잤다.
할아버지한테 배운 예절이 다 무색해진 기분이었다.
이때, 구택은 소희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무슨 생각해?”
소희는 머쓱하게 웃었다.
“내가 며느리 노릇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적어도 유진이보단 못한 거 같아.”
“유진이도 아직 안 깼어.”
구택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넌 며느리지만, 우리 가족 눈에는 유진이랑 똑같이 애기야. 누구도 너한테 무리한 기대 안 해. 괜히 불편할까 봐 더 조심스러워하지. 혹시라도 집 오는 게 싫어질까 봐.”
소희는 미소 지었다.
“그럴 일 없어. 나 이 집을 이미 내 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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