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31화
두 노인은 뒷마당 정자에서 천천히 물을 끓여 차를 우리고 있었다.
긴 복도를 따라 등불이 줄지어 매달려 있고, 한창 피어난 매화는 가지마다 어지럽게 얽혀 있어 고풍스러운 운치를 더했다.
[소희야.]
도경수는 소희를 보자마자 곧장 푸념부터 늘어놓았다.
[네 할아버지 그 양반 말이야, 정말 너무 야박해. 칠십 년 묵은 딸기주 한 항아리를 숨겨놨다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네 딸 시집가는 날 나랑 마시겠대. 너 생각해봐라, 이게 사람 속이는 소리가 아니면 뭐겠니?]
우스운 건, 도경수는 취중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술이 깨고 나서야 그 아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딸이라고 해도, 결혼까지는 앞으로 최소 25년은 더 있어야 할 텐데, 그걸 진짜로 기다리겠다고?
소희는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절대 장난이 아니에요. 스승님도 할아버지도, 그 술 꼭 같이 드시게 될 거예요.”
곁에서 차를 따르던 강재석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들었지? 소희가 그렇게 말했으니, 괜한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도경수는 코웃음을 쳤다.
[흥, 그냥 자기 혼자 마실려고 아끼는 거지!]
“오빠랑 아심은요?”
도경수가 답했다.
[아침부터 경성에서 손님이 왔어. 네 오빠랑 아심이 응대하느라 바빠.]
[안 그랬으면 네 할아버지가 이렇게 유유히 앉아 차를 마시고 있을 리가 없지. 전부 다 우리 손녀딸 덕분이야, 안 그래?]
이번엔 강재석도 반박하지 않고 맞장구를 쳤다.
“그 말이 맞지. 아심인 우리 집안의 복이야.”
도경수는 그 말에 우쭐했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했다.
이때 임구택이 뒤에서 다가와 소희의 휴대폰을 받아 들고 화면을 고정해 주며 다정히 인사했다.
“할아버님, 어르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그래!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강재석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소희가 해외에 있던 몇 년 동안, 설이면 늘 임구택이 대신 강재석을 찾아뵙곤 했기에, 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소희도 잘 챙기고, 너도 몸 잘 챙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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