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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6화

그 말을 끝낸 순간 진구의 마음속에는 묘한 복수의 쾌감이 스쳤다. 처음은 술에 취한 뒤의 혼란스러운 충동이었다. 그다음은 유진의 약혼식 날이었고, 다시는 연하가 귀국했을 때 진구가 따져 묻자, 여자는 무심히 한마디 내뱉었다. “아니면 그냥 다시 잘래요?” 그 말로부터 시작된 얽히고설킨 관계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어졌다. 연하의 귀국은 점점 잦아졌다. 석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나중에는 한 달에 두 번씩. 그러다 반년 전, 진구는 더 이상 애매하게 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하에게 진지하게 여자친구가 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려 했다. 그러나 그날 밤, 말도 꺼내기 전에 연하는 이미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고 등을 돌린 채 옷을 챙겨 입으며 담담히 말했다.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예요. 앞으로 다시는 선배를 찾지 않을 거고요.” 그날 이후, 정확히 6개월하고 3일 동안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 진구는 또렷이 말했다. 자신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고, 게다가 예쁘고 온화한 여자라고. 예전에 함께 있을 때 진구는 자주 연하를 향해 웃으며 핀잔을 주곤 했다. “방연하, 넌 대체 온화하다는 게 뭔지 알기나 해?” 그러면 연하는 진구의 어깨를 깨물며 대담하게 웃었다. “근데 선배는 확실히 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잖아요.” 그러고는 꼭 덧붙였다. “속을 닫아두면서 끌어안는 변태 같게!” 그럴 때면 진구는 연하를 침대에 밀치며 맞받아쳤다. “누가 너 같은 걸 좋아한대? 난 당연히 온화한 여자가 좋아.” 그 순간의 모습들이 지금도 선명하게 뇌리에 떠올랐다. 진구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고 눈빛은 짙어졌다. 또한 가슴속 깊은 데서 말로 할 수 없는 원망이 솟구쳤다. 그러나 연하의 웃음은 여전히 태연했다. “그럼 잘됐네요. 선배 취향대로잖아요.” 변함없는 연하의 표정에, 진구의 가슴은 순간 얼어붙듯 무거워졌다가 이내 허무하게 풀려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곧 실망과 자조 섞인 체념으로 바뀌었다. 이윽고 남자의 얼굴은 한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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