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67화
연성과 거의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눈 뒤, 화영은 잠시 자리를 비워 세면대로 향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중 옆에서 다소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영 씨?”
그 목소리는 겉으로는 공손했지만 묘하게 얕잡아보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화영이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노가윤이 서 있었다.
가윤은 세면대 옆에서 손을 씻으며 거울을 사이에 두고 화영과 시선을 맞췄다.
번쩍이는 대리석 벽과 황금빛 조명 속에서 가윤의 짙은 화장은 더욱 도드라졌고, 섬세하기보다는 날카로웠다.
“이런 데서 다 보네요?”
가윤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러게요.”
화영은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자리를 떠나려 했다.
세상에는 굳이 시간을 써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 있었고, 가윤은 그 부류였다.
그러나 화영이 몸을 비켜 지나가기 전에 가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았다.
“그날 음료 쏟았던 거 아직 갚지도 못했네요.”
그 말투엔 묘한 비아냥이 섞여 있자 화영은 차분히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건 제가 드린 거라서요.”
가윤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술집에서 일부러 우연을 가장하고, 남자 취했을 때 옆에 붙은 다음, 상처 좀 내서 동정심 자극하고 참 능숙하시더라고요.”
“화영 씨, 다들 재능 있다고 하던데 혹시 그 재능이 남자 꼬시는 기술인가요?”
화영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이건 서로 원해서 생긴 일이고 가윤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더럽지 않아요.”
“그리고 같은 수법이라도 남자 상대로 쓰면 능수능란 여자 상대로 쓰면 어리석은 짓이죠.”
그 말에 가윤의 얼굴이 굳었다.
순간 분노가 치밀어오른 듯, 세면대 위의 핸드워시 병을 집어 들더니 화영을 향해 내리쳤다.
그 병은 두꺼운 도자기 재질이었기에 맞기라도 하면 얼굴이 그대로 찢어질 만큼 위험했다.
화영은 몸을 비틀며 피했고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가윤의 어깨를 밀쳤다.
하이힐을 신은 가윤은 중심을 잃고 세면대에 부딪혀 비틀거렸다.
그러나 곧 다시 몸을 일으켜 광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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