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23화
동지 이후로 날씨는 점점 더 추워졌다.
석양조차 냉기를 머금은 듯했고, 주황빛 구름층은 차가운 안개에 덮인 듯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주말 저녁, 도로는 여전히 막혀 있었다.
화영이 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지만 이 시간대의 바는 아직 한산했다.
상주 밴드는 오지 않았고 몇몇 손님들만 구석구석 흩어져 있었다.
바텐더가 화영을 보자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봐요?”
화영이 가볍게 웃었다.
“연말이라 다 그렇죠. 여긴 어때요? 장사는 잘돼요?”
“그럭저럭요. 단골들이 챙겨주니까요.”
그때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영 씨!”
화영은 뒤돌아보며 바텐더에게 술을 주문한 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가니, 그곳엔 수호가 있었다.
두 사람은 예전처럼 자주 이야기하던 자리로 가서 마주 앉았다.
이에 수호가 유쾌하게 물었다.
“밥은 먹었어요?”
“아직이요. 우행 씨가 회사 일 때문에 야근하러 갔어요. 끝나면 같이 먹으려고요.”
화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수호는 외투를 벗어 옆자리에 걸치며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
“두 사람 요즘은 떨어질 줄을 모르네요. 보기만 해도 부러워 죽겠어요.”
화영은 미소를 띠며 웨이터가 가져온 술을 집어 수호의 앞에 내려놓았다.
“오늘 나 보자고 한 거 가윤 씨 때문이죠?”
수호는 화영의 통찰에 웃음 섞인 숨을 내쉬었고, 돌려 말할 생각도 없이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래요. 걔 일 때문이에요.”
수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가윤의 일은 예전부터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이젠 화영 씨는 우행이랑 사귀고 있는 사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가윤이 상태가 이 모양이라 그래도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화영은 고개를 돌려 수로를 바라보자 남자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우행이, 희문이 그리고 나까지 우린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다녔어요. 가윤은 우리 셋의 친구였고 그땐 지금이랑 완전히 달랐죠.”
“솔직하고 활발하고 뭐든 긍정적이었고 공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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