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24화
수호는 술잔을 비워내듯 한 모금 크게 들이켰고,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낮게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깨끗하고 자존심 강했던 애가 그런 일을 겪고 어떻게 버텼겠어요. 가윤이는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어요.”
“다행히 매번 구해냈지만 사람 자체는 이미 무너져버렸죠.”
“그 해엔 수능도 못 봤어요. 1년 동안 집에서 휴학하면서 간간이 심리 상담을 받았죠.”
“그렇게 겨우 회복돼 다시 학교로 돌아가 수능을 쳤어요. 그래서 우리보다 1년 늦은 거예요.”
수호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그 이후로 우린 늘 조심했어요. 가윤이에게 상처 줄까 봐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했고 다들 조금이라도 예전처럼 밝아지길 바랐거든요.”
“특히 우행은 늘 죄책감을 가졌고요. 그 일이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었다면, 우린 싸움에 휘말리지 않았을 거고 병원에도 안 갔을 거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그 밤의 일도 없었겠죠.”
“그래서 다들 그 이야긴 절대 꺼내지 않았어. 가윤이도 겉으로는 잘 지내는 척했지만 성격이 완전히 변했어요.”
“집착이 심해지고 예민해지면서 의심도 많아졌죠. 특히 우리 아니 우행에게 의지하는 정도가 비정상적일 만큼 강했고요.”
“대학 들어가서야 조금 나아졌죠. 그때 세라를 만나면서 서로 통하는 여자인 친구가 생기고 그제야 예전처럼 웃는 일이 생겼거든요.”
“가윤이는 우리 몇 명을 자기 세계 전부로 여겨요. 밖으로 나가길 싫어하고 그 안으로 누가 들어오는 것도 절대 용납 못 해요.”
화영의 얼굴에 묵직한 빛이 드리웠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됐어요.”
수호는 화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이 얘길 꺼낸 이유는 화영 씨가 가윤이를 봐주길 바라서도 아니고 우행을 세라에게 넘기라는 뜻도 아니에요.”
“그냥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았어요. 우행이를 오해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아 줘요.”
“그저 둘만 잘 지내면 돼요. 가윤의 감정적인 소동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 일로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필요는 없잖아요. 화영 씨까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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