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35화
기윤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가요.”
화영은 조수석 문을 열고 타자 우행이 물었다.
“무슨 얘기했어요?”
“연애 얘기요.”
화영은 피식 웃으며 차창 밖을 바라봤고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좀 주제넘은 짓을 한 것 같아요. 기윤 씨한테 희문 씨랑 헤어지라고 말했거든요.”
이제야 화영은 가윤이 왜 늘 기윤을 무시할 수 있었는지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희문에게 가윤은 언제나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사람이었고, 전화 한 통이면 여자친구를 내버려두고 곧장 달려가는 관계였다.
그렇기에 기윤은 가윤의 앞에서 존재감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우행도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방금 벌어진 일들을 모두 지켜본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희문이한테 나도 말한 적 있어요.”
화영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안 헤어지는 건 그냥 쓰레기죠.”
화영의 말은 이를 악물고 토해내는 듯 날카로웠다.
우행은 화영이 이렇게 감정을 실어 말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듯, 아주 미세하게 눈썹을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희문은 가윤의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자 혼자 소파에 누워 있었다.
“가윤아.”
걱정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고 가윤은 힘없는 소리로 대답했다.
“응.”
희문은 가윤의 앞에 쪼그려 앉아 이마를 짚었다.
“열이 왜 이렇게 올랐어?”
가윤은 몸에 꽁꽁 둘러쓴 이불을 더 당기며 물었다.
“희유 생일파티는 끝났나?”
“그건 신경 쓰지 마. 병원 가자.”
희문은 가윤의 손을 잡았다.
“안 갈래.”
가윤은 손을 빼며 붉어진 눈으로 희문을 똑바로 바라봤다.
“우행은 나 걱정해?”
희문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 와중에 걔 얘기를 왜 해?”
가윤의 목소리는 점점 집착으로 변했다.
“내가 아픈 거, 너 걔한테 말했어?”
“말했는데 병원 데리고 가라고 했어.”
희문은 차분히 설명했다.
“오늘 희유 생일이라 화영도 있고 거기서 빠져나오기 어려웠어.”
가윤은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리며 흐느꼈다.
“내가 죽든 말든 상관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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