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44화
명빈의 당부가 떠오른 석유는 식탁 앞으로 걸어가. 위쪽 칸에 담긴 차를 꺼내 컵에 따랐다.
한 모금 마시자 차갑게 식힌 매실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입안은 금세 개운해졌고 몸속에 남아 있던 숙취 열기도 절반쯤 가라앉은 것 같았다.
곧 석유는 냉차를 천천히 다 마신 뒤 침실로 들어가 다시 잠들었다.
아까 마신 차 덕분인지 술기운 뒤끝까지 말끔히 가신 느낌이었다.
그렇게 석유는 오랜만에 깊고 편안하게 잠들었다.
다시 눈을 뜬 건 오후가 한참 지나고 나서였다.
겨울 오후의 햇살이 방 안 깊숙이 따뜻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세상은 지나치게 고요하고 평화로워서 오히려 멍해질 정도였다.
심지어는 외로움이 온몸을 휩싸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석유는 한참 동안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임시 프로젝트 기술팀 담당자에게 메일 한 통이 와 있었는데 프로그램 오류 하나를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곧 석유는 태블릿을 켜고 임시 기술팀과 연결해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일에 집중하면 시간은 늘 순식간으로 지나갔다.
문제를 다 해결하고 나니 어느새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고, 석유는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소파에 앉았다.
그동안 혼자 지내는 건 익숙했다.
희유와 같은 건물 위아래 층에 살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늘 혼자였다.
그리고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집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이에 석유는 자조하듯 입꼬리를 올렸다.
어쩌면 어제 명빈이 하루 종일 옆에서 떠들어댄 탓인지도 몰랐다.
갑자기 이렇게 조용해지니까 오히려 더 어색했다.
물을 다 마신 석유는 뭔가 다른 일이라도 찾으려 했다.
그때 소파 위 휴대폰 화면이 반짝이며 진동했다.
이에 고개를 돌리자 화면 위에서 ‘명빈’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그 이름의 존재감이 너무 강한 나머지 등장하는 순간 주변 공기까지 함께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곧 석유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받자, 명빈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어요? 언제 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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