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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7화

그 뒤로는 명빈도 더 이상 장난치지 않았다. 김하운과 업무 이야기를 나누고, 중간중간 진지한 얼굴로 석유 의견까지 물었다. 분위기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식사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김하운 휴대폰이 울렸다. 김하운은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밖으로 나가 전화받았다. 순간 방 안에는 명빈과 석유 둘만 남게 됐고, 공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맞은편에 앉은 명빈은 긴 눈매에 부드러운 빛을 담은 채 이제는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명빈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따가 석유 씨 집 갈까요?” 그 말에 석유는 젓가락을 쥔 손을 잠시 멈칫하더니 시선을 내린 채 담담하게 말했다. “안 돼요.” “왜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명빈 눈빛이 슬쩍 움직였다. “희유 씨 때문에 그래요?” 석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명빈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우리 집 가요. 내 침대가 더 크거든요.” 석유는 말문이 막혀 입을 꾹 다물자 명빈은 작게 투덜거렸다. “어제 약속했잖아요.” 이에 석유는 차갑게 눈을 들었다. “내가 뭘 약속했는데요?” 명빈의 살짝 올라간 눈 끝에는 짙은 애정이 어려 있었고 목소리도 더 낮아졌다. “어제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다음도 있다고 했잖아요.” 그 말에 석유의 귀 끝이 은근히 뜨거워졌다. 애써 침착하기 위해 석유는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차갑게 말했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라서요.” 명빈은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 나 별로였어요?” 어제 집에 돌아간 뒤부터 밤새 머릿속엔 석유 생각뿐이었다. 오늘도 잠깐만 틈이 나면 계속 떠올랐는데 석유는 관심 없다고 했다. ‘그러면 문제는 석유 씨일까? 아니면 나일까?’ 이 문제는 명빈에게 있어 꽤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석유 얼굴에 순간 짜증이 스쳤다. ‘김하운 본부장님이 언제든 문을 열고 들어올 수도 있는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조용히 해요. 아니면 다음도 없어요.” 명빈은 억울한 눈빛으로 석유를 바라봤지만 결국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뒤 김하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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