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87화
구리연은 차분히 말했다.
“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뒤에야 알게 됐어요.”
“내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서 악역이었다는 걸요. 그러니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요.”
희유는 한때 겪었던 고통을 떠올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맑고 단단했다.
“예전에는 정말 구리연 씨를 많이 미워했어요. 하지만 그 이별과 시련 덕분에 오히려 명우 씨를 향한 제 마음이 더 확고해졌어요.”
희유는 고난에 감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난을 겪은 뒤에는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가장 좋은 방식으로 정해진 운명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희유의 표정은 더욱 평온하고 담담해졌다.
“명우에게는 명우의 책임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모든 게 구리연 씨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해해요.”
구리연은 감탄한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다.
“이제야 인정할 수 있겠네요. 희유 씨가 명우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요.”
“그리고 명우에게도 희유 씨는 행운이고요.”
희유는 웃으며 말했다.
“사랑은 원래 서로 하는 거잖아요.”
구리연도 따라 웃었다.
“정말 부럽네요. 전 이제 사랑을 기대하지 않기로 했어요. 하지만 사랑이 존재한다는 건 믿어요, 두 사람이 그걸 보여줬으니까요.”
권력을 선택한 순간, 구리연은 남녀 간의 사랑도 포기했다.
사람은 언제나 선택해야 했고,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었다.
지나친 욕심의 끝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니까.
지금의 명우와 희유를 바라보며 구리연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할 말을 모두 마친 뒤 구리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이제 가봐야겠네요.”
희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벌써 오후예요. 지금 출발해도 시내에 도착하면 해가 질 텐데요? 비행기도 없을 거고요. 하룻밤 묵고 가는 게 어때요?”
하지만 구리연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지금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에요.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고, 너무 오래 비울 수는 없어요.”
희유는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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