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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8화

백나라는 다시 조리스를 바라봤고 눈빛에는 애원하는 기색마저 어려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쌓아 온 정이, 고작 사흘 전에 알게 된 얘보다도 못한 거야?” “쟤는 네 신분과 재산을 보고 접근한 거야. 진심으로 널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진심으로 널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이야.” 하지만 백나라가 아무리 애원하고 따져 물어도 조리스는 입을 열지 않았다. 석유는 한쪽에 서서 이 광경을 지켜봤다. 물론 눈앞의 남자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알고 있었다. 조리스는 애초부터 백나라를 사랑한 적이 없었으니까. 이 어리석은 백나라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적을 품고 접근한 남자를 지난 정으로 붙잡을 수 있다고 헛된 기대를 하고 있으니 가엾다고 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백나라가 울며 흐느끼는 소리에 다른 투숙객들까지 구경하러 몰려왔다. 설리는 조리스를 데리고 떠나려 했지만 백나라가 앞을 막아섰다. “가지 마. 네 엄마 불러서 네가 얼마나 뻔뻔한 짓을 했는지 보여 줄 거야. 그래도 널 감싸는지 어디 한번 보자.” 설리는 백나라를 무시한 채 조리스를 끌고 나가려 했지만 어느새 석유가 문을 닫아 버렸다. 석유의 눈빛은 맑고도 매섭게 식어 있었다. “일이 터졌으면 남아서 해결해. 다 끝난 다음에 가.” 설리는 당당하게 받아쳤다. “뭘 해결해? 어차피 조리스는 이미 이모를 버렸는데?” 석유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엄마 남자까지 빼앗은 주제에 네가 깨끗한 사람이 된 줄 아는 거야?” 설리는 아직 조금이나마 수치심이 남아 있었던 건지, 아니면 석유의 기세에 눌린 건지 얼굴이 창백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곧 백나라는 석유에게 다가와 감동한 얼굴로 바라봤다. “석유야, 그래도 나를 생각해 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석유는 남녀 사이의 추잡한 일을 무엇보다 혐오했다. 외할머니의 재산이 걸린 일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석유는 노골적으로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모한테 전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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