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66화
석유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모, 일단 일어나세요. 조리스 씨는 사람을 죽일 배짱까지는 없어요. 그냥 겁주는 거예요.”
“낯선 타국에서 조리스가 정말 사람을 죽이면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잖아. 설리는 분명 겁에 질렸을 거야.”
도숙연은 계속 백나라에게 애원했다.
“나라야, 설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백나라는 설리를 구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설리의 말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었다.
‘조리스가 어떻게 사기꾼일 수 있단 말이야?’
‘혹시 조리스가 자신을 버렸기 때문에 일부러 모함하는 건 아닐까?’
백나라가 꿈쩍도 하지 않자 도숙연은 더욱 다급해졌다.
“나라야, 설리가 아니었다면 지금 N국에 붙잡혀 있는 사람은 너였어. 설리가 너 대신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누구보다 네가 설리를 구해야 해.”
그제야 백나라도 정신을 차린 듯 반박했다.
“내가 설리한테 N국으로 가라고 했어? 걔가 조리스를 빼앗아 간 거잖아.”
“그날 너도 그 자리에 있었고, 설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똑똑히 들었으면서 어떻게 이제 와서 나를 탓해?”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던 그때, 갑자기 도숙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설리에게서 걸려 온 영상 통화였다.
도숙연은 눈물을 훔치고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설리야.”
설리는 옷차림이 흐트러져 있었고 얼굴에는 선명한 상처가 남아 있었을 뿐 더러 울부짖으며 말했다.
[엄마, 돈은 마련했어요? 나 돌아가고 싶어요. 나 좀 구해 줘요. 이러다 죽을 것 같아요.]
도숙연은 설리의 모습을 보자 더 당황했다.
“조리스가 또 때렸어?”
설리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커다란 손이 설리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거칠게 뒤로 잡아당겼다.
설리의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화면에 조리스의 얼굴이 나타났다.
평소의 온화하고 신사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지금 조리스의 얼굴에는 흉포한 분노만 가득했다.
[이 사기꾼들아. 100억도 못 내놓으면서 감히 부자인 척해? 무슨 수를 쓰든 당장 돈 보내. 안 그러면 얘 팔아 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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