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92화
유청이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몸을 일으켜 이미 병이 골수까지 스며든 침대 위 남자를 냉정하게 내려다봤다.
“아버지는 죽어서도 엄마와 함께 묻힐 자격 없어요. 그래서 제가 병원과 백 년짜리 계약을 맺었어요.”
“아버지 시신은 앞으로 백 년 동안 영안실 냉동실에 그대로 얼려질 거예요.”
“사람이 죽고 나서도 영혼이 몸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느끼실 수 있길 바라요.”
“백 년이 지나서 이 병원이 없어지면, 아버지 시신은 쓰레기처럼 그냥 버려질 거예요.”
“아내를 죽인 죄인이니, 위패도 민씨 집안 사당에 들어갈 자격 없어요. 저는 아버지 제사, 안 지낼 거예요.”
“물론, 아버지의 후처도, 그렇게 아끼던 아들딸도 다들 사당엔 못 들어가요.”
“그 사람들도 다 아버지랑 똑같이 그럴 자격 없으니까요!”
민용훈의 호흡이 갑자기 가빠지더니 얼굴이 자줏빛으로 변하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게 몸의 고통 때문인지 정신적 절망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유청이 간호사를 불러 연명치료거부 동의서에 사인했다.
그리고 유청이 몸을 돌렸을 땐, 민용훈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야윈 얼굴엔 여전히 두 눈을 크게 부릅뜬 채,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유청이 병원을 나서자 밖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고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차 한 대가 유청의 앞에 멈춰 섰다.
명경이 우산을 든 채 차에서 내려 유청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우산을 유청의 머리 위로 받쳐 든 뒤, 팔을 뻗어 여자를 품에 안고는 낮고 안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 끝났어요.”
명경의 몸은 크고 넓었으며 가슴은 따뜻했다.
이에 유청은 명경에게 의지하듯 기대며 말했다.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
이번엔 유청이 나서서 민용훈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
민씨 집안은 친인척을 포함해서 규모가 꽤나 컸기에 조문객도 많았다.
몇몇 방계 친인척들이, 민씨 집안에 이제 병약한 할머니 한 명과 아직 젊고 세상 물정 모르는 유청밖에 남지 않은 걸 보고는, 이 틈을 타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