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0장

제숙의 비웃음에 염정훈은 고개를 숙였다. 소희가 고개를 들어 염정훈을 바라보았다. 소희도 답을 듣고 싶어했다. 전에는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가끔 서정희에게 물으면 서정희는 대충 얼버무리며 아빠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했다. 이번에 염정훈을 만나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서정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 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 같았다.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고 있었다. “할머님, 절 욕하셔도 좋아요. 전에는 그녀에게 상처주는 일만 했어요. 나쁜 놈이예요 전. 그래도 그 사람에 대한 제 마음만은 믿어주세요. 그 사람이 사라진 몇 년 간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어요.” 그때 정원정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염 대표님도 참 웃기시네요. 정말 그렇게 사랑했다면 왜 상처를 줬을까요? 이해가 안 되는데요.” 염정훈은 정원정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염정훈 옆에 가까운 거리에 서서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엔 염 대표님 위선자 같아요. 그건 사랑이 아니죠. 저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그 누구보다도 아껴줬을 거예요. 평생 상처 하나 주지 않으려 하면서요. 제 말 틀렸나요?” 염정훈은 그가 말한 사람이 서정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과거에 했던 모든 일들은 염정훈이 평생을 후회하고 갚아도 부족했다. 서정희를 아무리 아끼고 사랑했다 해도 사람들은 그가 했던 나쁜 짓만 기억했다. 이 문제만큼은 염정훈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아무런 말 없이 서있는 염정훈을 보며 정원정이 계속 말했다. “설마 염 대표님께서 그 사람에게 큰 상처만 안겨주고서 지금 좋은 말 몇 마디로 잘못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이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있을까요?” 염정훈은 테이블 아래 가려진 손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누구를 말하는지 알고 있어서 그 말들이 더 아프게 박혀왔다. 하지만 겉으로 분노를 표현할 수도 없었다. 염정훈이 고개를 들어 정원정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당신 대체 누구예요? 저 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