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0장

서정희는 소에 소달구지를 연결했다. 마을에는 교통도구라고 해봤자, 소 아니면 말이었다. 조건은 안 좋지만 서정희는 오히려 그 부분이 너무 좋았다. 큰 도시에서의 속고 속임이 없는 단순한 삶이 좋았다. “정훈이랑 같이 가. 두 사람이면 빠르지.” 명훈이 방금 전에 침을 놓아서 움직이면 안 되는 것도 있었지만, 제숙은 더욱이 두 사람이 잘 되기를 바랐다. 서정희가 설령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 제숙은 알았다. 그래, 며칠밖에 안 남았는데. 염정훈은 서정희와 함께 소쿠리에 앉았다. 길이 울퉁불퉁하여 소쿠리가 크게 흔들려서 두 사람의 몸은 끊임없이 반공중에 튕겨 올라갔다. 그러자 염정훈이 크게 웃었다. 서정희는 그런 염정훈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왜 웃어?” “이런 일상이 재미있어서.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생활이잖아. 당신이 앞에서 소쿠리를 몰로, 난 옥수수를 뜯고, 이렇게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생활이 좋아. 당신과 평생 이렇게 평범한 생활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 서정희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답했다. “난 싫어.” 그녀는 아직 할 일이 남았고, 죽여야 할 사람이 있었다. 명훈을 볼 때마다 그녀는 차인심이 떠올랐다. 아리따운 나이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서정희는 2년 동안 암암리에 준비를 해왔고, 이제 끝장을 볼 때가 다가왔다. 차안심이 겪었던 백 배, 천 배를 그녀는 그 놈에게 돌려줄 것이다. 염정훈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알았어. 그저 나의 일방적인 소원이라고 생각해.” 논에 도착하자 서정희는 염정훈을 옥수수밭에 데려다 줬다. “여기에서 옥수수를 뜯어. 조금 있다가 내가 와서 거둘게.” “알겠어.” 염정훈은 시력이 완전히 돌아왔다. 그저 서정희 앞에서 아직도 안 보이는 척 할 뿐이었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가끔 그녀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염정훈은 옥수수를 한 번 뜯고는 서정희를 한참 동안 지켜봤다. 그녀는 마을에서 소박한 옷차림을 했고, 농사일도 엄청 잘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에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