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8장

그 말을 듣자 서정희는 정신없이 침대에서 뛰어내리더니 신발도 신지 않고 문을 열었다. “뭐라고요?” 명훈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대표님 방에서 발견한 겁니다.” 한 장은 명훈에게 남긴 거였다. 그더러 이곳에서 안심하고 병을 치료하라는 내용이었다. 다른 하나는 편지 봉투였고, 그 안에서 편지가 두껍게 들어있었다. “대표님이 위중하실 때 자신이 죽을 거라고 여기고 쓴 유서에요. 이건 사모님께 남긴 거예요.” 서정희는 두꺼운 봉투를 건네받더니 방안에 들어와 뜯어보았다. 서정희의 눈에 익숙한 글씨체가 들어왔다. 사인할 때와는 다르게 정연하게 쓰여졌다. 한 획 한 획이 염정훈 자체를 대변하듯 했다. “정희야, 당신이 이 편지를 볼 때 즈음 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이 소식을 듣는 지금 당신은 기쁠까? 아니면 조금이나마 슬퍼할까? 죽음을 맞이하는 이 순간이 되어서야 죽음은 그렇게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심지어 마음이 평온해졌어. 만약 죽으면 당신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이 떠난 후 3년 동안, 매 순간 당신이 그리웠어. 심지어 당신한테 중독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당신 아닌 그 누구도 해독제가 될 수 없었어. 정한이는 키가 많이 컸고, 몸도 건장해졌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 정한이는 엄청 훌륭해. 작년에 3등 공로상을 수상했어. 당신은 분명 날 원망하겠지. 우리 아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해야만 우리 정한이가 더 잘 자랄 수 있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죽더라도 나 대신 당신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 당신이 옆에 없어서 정한이는 나처럼 말수가 적어. 부자가 함께 있으면 교류보다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 정한이는 가끔 당신이 선물한 목걸이를 반나절이나 지켜봐. 정한이가 당신을 많이 그리워해. 만약 당신이 이 편지를 본다면 벚꽃 피는 봄날에 정한이를 가서 만나줘. 당신이 벚꽃 필 때에 만나러 오겠다고 해서, 해마다 벚꽃이 만발한 계절이 되면 당신과 함께 지냈던 섬으로 가서 일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