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3장
날이 채 밝지도 않았는데, 염정훈의 휴대폰은 계속해서 진동했다. 무시하고 자려고 했는데, 원해인의 전화였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에게서 연락 올 리가 없었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염정훈은 품속에서 잠든 서정희를 내려다보면서 목소를 한껏 낮추어 말했다.
“그분이 다쳤어?”
염정훈은 순간 잠에서 벌떡 깼다.
“언제요? 저는 왜 소식을 받지 못했죠?”
“30분 전의 일이야. 지금 위에서 소식이 새어나가는 걸 막고 있어.”
“지금 바로 갈게요.”
염정훈은 전화를 끊고, 품속에서 방금 눈을 뜬 서정희를 내려다보더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정희야, 미안해. 나 지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가봐야 돼.”
염정훈의 신분을 알고 있는 서정희는 그저 응이라고 답하고는 돌아눕더니 계속해서 잤다.
그녀의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보자 염정훈은 왠지 씁쓸했다.
예전 같았으면, 날이 밝기도 전에 집을 나서겠다고 하면 그녀는 자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일어나서 배웅하면서 얼굴에는 걱정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염정훈은 급하게 떠나갔다. 서정희는 계속해서 자려고 돌아누웠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전화번호였다.
“여보세요.”
“나야.”
지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서정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오빠, 왜 그래?”
“나 다쳤어.”
“어디야? 지금 바로 갈게.”
서정희는 이미 지한을 자신의 친 오빠라고 생각했다.
당시 지한이 블랙X를 배신하고 도망친 순간부터 블랙X에서는 그에 대한 추격을 멈춘 적 없었다. 그럼 이번에서 블랙X에 의해서 궁지에 몰렸나?
별장에 도착하자 거실은 살인 현장을 방불케 했다. 여기저기에 핏자국이었다.
이번에는 경한 부상이 아닌 것 같았다.
지한은 소파에 기대어 카펫 위에 앉아 있었다. 의지력 하나로 서정희가 올 때까지 기다린 듯했다.
“미안, 카펫을 더럽혔네.”
서정희는 온 몸에 핏자국인 지한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심하게 다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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