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9장

“각하. 아가씨 탓하실 필요 없어요. 화 안 났어요. 저 한 사람 때문에 가족끼리 싸우지 마세요. 전 이만 가볼 게요.” 염정훈이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내가 데려다 줄게.” 병실 문이 닫히자 한송이는 화를 엄마아빠한테 쏟아부었다. “엄마아빠, 오빠도 날 때리고 정훈 오빠까지 날 때렸어요. 이게 다 저 년 때문이에요. 난 저 사람 여기 있는 거 싫어요!” “입 닥쳐!” 부남진은 어리광 부리는 딸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잘 봐. 이게 지금 당신이 키운 딸이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어.” 시무룩해진 한시안이 고개를 떨구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 키웠어요. 근데 여보, 태하도 대가리가 컸다고 결혼 거절한 건 그렇다 치고 감히 우리 앞에서 송이를 때리다니!” 부남진이 콧방귀를 뀌었다. “일부러 우리 보라고 때린 거야. 우리 앞에서도 이렇게 때릴 수 있는데 만약 결혼을 하면 송이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거야.” “감히!” 부장성이 화난 얼굴로 소리쳤다. “내 동생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죽여버릴 줄 알아.” 사람이란 원래 자신이 욕하고 때리는 건 괜찮아도 다른 사람이 자기 사람을 건드리는 건 참지 못했다. “오빠…” 부장성이 자기 편을 들어주자 얼굴을 만지며 불쌍한 척을 했다. 부장성은 그런 동생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네가 한 짓 좀 봐. 사람 쫓아내니 이제 속 시원해?” “그만한 의사 하나 못 구할까 봐?” ...... 서정희는 염정훈을 따라 차에 올랐다. 차 문이 닫히자마자 온몸으로 풍기던 차가운 기운을 지우고 서정희를 꼭 껴안았다. “정희야, 너무 보고싶었어. 매일 보는데도 말 한마디도 못 붙이고.” 서정희는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를 밀어냈다. “너 미쳤어? 그 사람이 누구인줄 알고 그렇게 때려! 예전 같았으면 주상전하 앞에서 공주를 때린 셈이라고. 죽고 싶어 환장했어?” 염정훈은 그녀의 머리를 어깨에 기대게 하고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정희야, 너 대신 내가 복수해줬다?” “누가 대신 복수 해달래? 간덩이가 부었어 정말!” 대신 화를 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