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7장

서정희는 예전의 어리석은 소녀가 아니다. 상류층일수록 일반인보다 더 많은 소식과 저원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각하 곁은 위험하지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염정훈을 은밀하게 도와 상황을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이 트기 전 염정훈이 일어날 준비를 하자 서정희가 그의 허리를 감싸고 애교를 부렸다. “가려고?” “응, 요즘 일이 좀 많아.” “바쁜데 날 이렇게 찾아와도 돼?” 서정희가 그를 놀렸다. 염정훈은 그녀를 품에 안고 가볍게 깨물었다. “네가 너무 유혹적이라 곁에서 지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널 빼앗아 갈까 봐 그러지.” 두 사람은 진한 키스를 나눴다. 요즘 둘은 불타오르는 사랑을 하고 있다. 무거운 책임을 생각하지 않으니 둘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간신히 멈추고 그녀를 말없이 몇 분 동안 안았다. “정희야, 이렇게 널 평생 품에 안고 싶어.” “평생이란 단어는 너무 무거워. 지금 이대로면 좋아. 늦겠다, 어서 가.” 그녀의 말에 염정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서정희의 미간에 입을 맞추며 신신당부했다. “좀만 더 쉬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그러면서 씻고 자리를 떠났다. 서정희도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몇 시간 더 잤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점심이었다. 부재중전화가 몇 개 있는데 예상대로 부장성이었다. 전화가 다시 울리자 서정희는 피곤한 목소리로 받았다. “여보세요.” 부장성은 조금 의아했다. “아직 자고 있었어요? 깨워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무슨 일이시죠?” “집 앞에 있어요. 바네사씨, 잠깐 만나고 싶어요.” “잠시만요.” 서정희는 하품을 하며 재빨리 변장을 한 다음 옷을 갈아입고 내려갔다. 별장 앞에 멀지 않은 곳에 차들이 줄지어 있었고, 가장 앞줄에 있는 검은색 차의 빨간색 001 번호가 눈에 띄었다. 차 지붕에 쌓인 눈으로 보아 그들은 분명히 오래 기다렸다. 다짜고짜 집으로 들어오지 않은 게 그래도 예의를 지킨 것이다. 서정희는 그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