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8장

부남진은 부드러운 눈길로 서정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 성격이 내 마음에 퍽이나 드는 구 나. 그리고 네 눈빛이......” “제 눈빛이 왜요?” 서정희는 호기심에 물었다. “아니다. 열심히 해. 그러면 그만큼의 보수를 받게 될 거야.” 부남진은 끝끝내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지금은 그저 눈빛만 그 사람과 비슷했다. 그 사람의 외모를 닮은 건 서정희의 본인 얼굴이었다. 당시 염정훈은 몰래 결혼했기에 부남진은 그의 신부가 누군지도 몰랐다. 그런데 나중에 염정훈이 서정희를 데리고 수상식에 나타났을 때, 그녀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 뒷조사까지 해봤다. 그런데 결과는 서정희의 부친은 서재평이고, 서씨 가문은 선조 때부터 A시에서 자리 잡았기에 그 여자와 관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서정희는 부남진이 자신에게 많은 걸 숨기고 있다는 걸 느꼈다. 밖에는 눈이 흩날렸고, 서정희는 부남진을 위해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주었다. 처음에 부남진에게 접근했던 이유는 지한과 염정훈을 위해 그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갈수록 진심으로 부남진을 돌보게 되었다. 아마 어려서부터 사랑이라고는 서재평에게서만 받았기에 할아버지 같이 친절한 사람에게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가는 듯했다. 부남진에게 진심이 아니었다면 한송이에게 여러 차례 당하고도 계속해서 이곳에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저녁이 되자, 부남진은 자신의 방 근처에 그녀의 방을 마련해주었다. 방은 넓고 깨끗했다. 서정희가 지금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한송이가 난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왜 제 방의 난방을 끄라고 했어요?” 서정희는 부남진이 그저 말에 그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행동에 옮길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이때 부남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룻밤 정도 난방이 끊겨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네가 직접 느껴보길 바라서 꺼라고 했어. 다른 사람은 난방이 없어도 되는데, 너는 왜 안 돼?” 그러자 한송이가 대꾸에 나섰다. “저 년이 뭐라고, 저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