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3장

한송이에 대한 송희재의 태도는 염정훈에 대한 한송이의 태도와 마찬가지였다. 너무 들이대다 못해 상대방의 혐오감을 자아냈다. 한송이는 그저 말을 더 하고 싶지 않아서 단답식으로 답했다. “고마워요.” 그러고는 바로 염정훈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송희재는 무시당한 기분에 주먹을 꽉 쥐었다. 염정훈은 정장 차림에, 절반짜리 가면을 썼다. 멋있을 뿐만 아니라 신비로움까지 더해져서 여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오빠.” 한송이는 드레스자락을 들고 희색이 가득한 얼굴로 달려갔다. 서정희는 손에 있는 와인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두 사람을 지켜봤다. 한송이는 워낙 키가 큰데다가, 오늘 하이힐까지 신어서 염정훈을 향해 뛰어가다가 미끄러져서 하마터면 염정훈의 몸에 넘어질 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넘어지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에 어떤 사람이더라도 자신이 넘어지는 걸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확신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염정훈은 갑자기 뒤에 있는 진상정을 밀었다. 그러자 진상정은 울상이 되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어 한송이를 잡았다. “한 대위님, 괜찮습니까?” 한송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염정훈을 째려봤다. 사람들이 많았던 터라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으면 다행입니다.” 진상정은 얼른 손을 놓았다. 염정훈은 아무 일 없는 듯 자리를 떠났다. 부장정은 손을 내밀어 한송이의 어깨를 안더니 관심하는 척 물었다. “송이야, 괜찮아?” 한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부장정은 그러면서 낮은 목소리로 한송이에게 물었다. “드레스는 어떻게 된 거야?” “바네사가 드레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바꿨어. 남자를 꼬드기는 자세를 봐봐. 이 드레스가 너무 단정하고 소박해서 싫었나봐.” 부장정은 낮은 소리고 혼냈다. “함부로 말하지 마. 바네사의 성격을 내가 모를까 봐?” 바네사와 가까이에서 지내지만, 그녀는 자신을 보면 몇 마디 하지 않았고, 단 둘이 만나도 항상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