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9장

서정희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몸살을 앓았다. 아랫배가 계속 더부룩했다. 설마 누군가 그녀의 음식에 약을 탔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한시안이 건넨 술이 문제였다. 한시안 같은 신분의 사람이 이런 하찮은 일을 저지를 줄 정말 몰랐다. 그들은 한송이를 염정훈에게 시집 보내기 위해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서정희는 몸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욕조에 물을 담고 몸을 담갔다. 뜨거운 물 때문인지 욕조 안에 있을수록 몸이 더욱 뜨거워졌다. 얼른 가운을 걸치며 일어났다. 주사를 맞아야 할 것 같았다. 염정훈과 함께 술을 든 생각이 났다. 한시안이 첫 잔을 들었다. 첫 잔에는 약을 타지 않았을 것이다. 100% 성공을 위해 두 잔에 모두 약을 탔을 것이다. 그러니까 염정훈도 지금쯤 그녀만큼 힘들 것이다. 한시안의 목적은 염정훈과 한송이를 엮는 것이다. 반드시 온갖 방법을 강구하여 그를 한송이 곁으로 데려갈 것이다. 그렇다면 염정훈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똑똑.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나다. “누구세요?” 서정희는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쨌든 그녀도 손님이다. 한시안이 아무리 배짱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그녀를 해치러 오지 않을 것이다. “나야.” 익숙한 목소리가 서정희의 귓가에 들렸다. 이런 상황에 이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 서정희는 문을 잡아당겨 열었다. “여기에 어떻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정훈은 그녀를 벽에 밀치고 문을 닫았다. 남자의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혔다. 평소보다 더 뜨거웠다. 아니나 다를까 서정희의 추측이 맞았다. 그들은 염정훈이 마신 술에도 약을 탔다. “정희야, 너에게서 좋은 냄새가 나.” 욕조에 오랫동안 몸을 담그고 있다 보니 당연히 향기로울 수밖에... “괜찮아?” “아니.” 염정훈의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몸을 파고들었다. 스치는 곳마다 정말 차갑게 느껴졌다. 서정희는 그의 가슴을 밀쳤다. “함부로 행동하지 마. 여기는 부씨 집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