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6장

서정희는 자신이 오랫동안 숨겼던 신분이 이렇게 발각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부장정은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왔다. “장정씨, 설명할게요.” 펑! 부장정은 주먹을 화장대에 내리박았다. 서정희는 순간 놀라서 몸을 떨었다. “그러니까 기억상실은 거짓말인 거죠?” 부장정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물었다. 서정희는 지금 상황에서 아니라고 해봤자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송이가 봤던 그 아이는 염정훈과의 딸이고?” “네.” “그럼 바네사씨와 염정훈......” 서정희는 입술에 침을 발랐다.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복잡해요.” 왜냐면 서정희도 지금은 자신과 염정훈의 관계가 대체 무엇인지 형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관계만 가지는 파트너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럼......” 서정희는 바로 시인했다. “장정씨, 저 정훈씨 전처 맞아요. 바네사는 저의 갑옷이고요. 결코 그 신분을 이용해서 부씨 가문의 사람들을 접근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그저 제 목숨을 부지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목숨을 부지한다고요?” “몇 년 전부터 누군가가 계속해서 저를 살해하려고 했어요. 그 사람에 대해서는 여태껏 알아내지 못했고요. 그래서 부득의하게 진짜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만 했어요. 솔직히 정훈씨는 저도 3년 넘게 만나지 않았어요. 지난번에 해독을 해주면서 다시 연락하게 된 거고, 각하를 구하게 된 것도 제가 예지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연이었어요.” 서정희는 부장정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각하를 해칠 마음은 전혀 없어요.” “믿어요.” 부장정은 손을 거두면서 말했다. “아니면 방금 전에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아빠를 보호하지 않았겠죠.” “장정씨, 사실은 저 오래 전부터 떠나려고 했어요. 저를 재삼 만류하지 않았다면 당시 수술이 끝난 후 바로 떠났을 거예요. 왜냐면 부씨 가문과 얽히면 얽힐수록 제가 더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지금처럼 정훈씨는 좋은 마음에서 저더러 각하를 구하게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