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9장

서정희는 급한 김에 대추 케익을 얼른 부남진의 입에 넣어주었다. 부남진은 목이 메어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맛있어요?” “응. 맛있어.” 부남진은 대추 케익이 아니라 오늘 일에 대해서 얘기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서정희가 말을 이어갔다. “지난번에 제가 만들었던 대추 케익 맛이 익숙하다고 했잖아요. 어디에서 드셔 보셨어요?” 부남진은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지금의 디저트는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춰 뭐든 엄청 달게 만들잖아. 우리 그때는 달랐어. 이건 엄청 오래 전의 맛이지.” “이 대추 케익은 늙은 할머니에게서 배운 거예요. 그 할머니가 저에게 예전에 자신이 살던 곳에 크나큰 대추 나무 한 그루가 있어서 해마다 가을철 대추가 익을 때면 항상 대추 케익을 만들어 먹었다고 했어요.” “우리 그 세대는 생활이 어려웠어. 아이들은 거의 간식이라는 걸 먹지 못했지. 그래서 집집마다 과일이 익기만을 기다렸고, 따온 과일도 애들에게 먹일 수가 없었어. 팔아서 생활에 보태야 했으니까.” “할아버지, 해선시에 가보신 적 있으세요?” “그럼. 가봤지.” “50년 전의 해선시를 가본 적 있으신지 물은 거예요. 조화로를 기억하세요?” “해선시 조화로?” 부남진은 고개를 저었다. “별로 인상이 없는데. 50여 년 전이면 내란이 있었던 때라 도시의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을 거야.” 서정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내가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한 건가? 각하가 조화로를 가본 적 없다? 그런데 그 화폭에 그려진 건 분명 태희였는데. “얘야, 오늘 이상하구나. 뭘 묻고 싶으면 바로 물어도 돼. 내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줬는데, 네가 알고 싶은 거면 오늘 다 알려줄 거야.” 설령 태희가 부남진의 적이라 하더라도 묻는 건 별로 큰 문제가 없을 거잖아. 만약 진짜 태희를 안다면 큰 건 하나 건진 셈이다. “할아버지, 제가 오늘 차를 마시는데 얼떨결에 화폭......”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한 사람이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다. “아빠, 괜찮아? 또 누군가가 아빠를 향해 사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