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1장

부남진이 저격당했다는 소식은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았다. 외부인은 아예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부남진은 외출을 하자마자 또 살해를 당할 뻔했기에 당분간은 대중 앞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정무도 집에서 처리했다. 그러자 한송이는 틈만 나면 부남진을 귀찮게 굴었다. “아빠, 두 번이나 살해당할 뻔해서 저 이제는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아빠 괜찮아.” 간만에 한송이가 고분고분한 걸 보자, 부남진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가 괜한 잔소리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는 나이도 어리지 않은데, 오빠를 많이 따라 배워.” “오빠가 어디 배울 데가 있다고?” 부남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넌 언제쯤 철 들래? 그 성격대로라면 언젠가는 후회할 날이 올 거야.” 한송이는 머리가 총명하지 않아서 마음이 고약하다 하더라도 타인을 해칠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 타인에게 이용당하면 그때는 달라진다.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부남진은 당시 어쩔 수가 없어서 송희재에게 3개월이라는 기한을 제안했다. 3개월 동안만 한송이가 송희재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지켜야 할 텐데, 부남진은 한송이가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한송이는 부남진의 말을 아예 이해도 못한 듯했다. “아빠, 알았어요. 이번에도 아빠가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던 건 다 바네사의 공로잖아요. 그래서 연회를 열어 제대로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바네사를 싫어했잖아?” “그건 그거고. 아빠를 구한 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정훈이 오빠가 바네사를 초대한 거니까 함께 감사해야죠.” “그래. 네가 그런 마음이 있다니 다행이구나. 앞으로 바네사랑 잘 지내면 내가 시름을 놓겠어. 네가 알아서 준비해.” 부남진은 자신의 딸이 철 들었다고 여겼다. 한송이는 연회에 송씨 가문과 염정훈 등 사람들을 초대했다. 서정희는 연회 소식을 받자마자 한송이가 또 무슨 속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는 자신과 염정훈에게 약을 탔고, 이번에도 설마 똑같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