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1장

부남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할 일도 없는데 여기서 기다릴게. 너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알고 있어, 네가 일부러 신분을 숨기고 나에게 접근한 것이 아니라는걸. 그전부터 바네사로 살아왔고 2년 뒤 일을 미리 알 수 없으니까.” 사람은 역시 똑똑해야 한다. 생각을 더 깊게 하면 알 수 있는 일인데 한송이와 같은 미련한 사람만 이용당하는 법이다. 서정희는 과거의 일들을 부남진에게 알렸다. 염정훈에 관한 부분은 그저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부남진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워졌다. “그러니까 신분을 숨긴게 살기 위해서였다?” “네. 절 죽이려는 사람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어요. 저도 조사를 해왔지만 그녀는 매우 조심스러웠고 희생양들을 미리 준비해서 결국 정체를 알 수 없었어요.” 부남진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고생이 많았구나.” 2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그녀는 다른 사람이 평생 겪은 시련보다 더 많은 고난을 견뎌냈다. 시간은 일분일초 흘렀고 눈도 점점 크게 내렸다. 이때 부장성이 밀봉된 봉투를 들고 돌아왔다. “아버지, 결과가 나왔습니다.” “확인했니?” 부남진이 물었다. 부장성은 복잡한 심정으로 서정희를 흘끗 쳐다보았다. “아니요.” 부남진은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받았다. 담담했던 서정희도 긴장해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염정훈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이며 위로했다. “편하게 생각해.” 서정희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소매를 잡았다. 늘 침착했던 부남진이 이토록 긴장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어 검사 결과를 꺼냈다. 위에 적힌 글씨를 보고 그의 표정은 더 복잡해졌고 서정희는 결과를 짐작할 수 없었다. “각하님, 결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남진이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부남진의 몸은 심하게 떨었고 서정희는 뜨거운 눈물이 자신의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묻지 않아도 결과는 알 것 같다. 흥분한 부남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희야,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할아버지가 미안하다.” 사진속 어린 남자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