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1장
서정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엉뚱한 환상을 떨쳐 버렸다.
사실 별 이상할 것도 없었다. 문환희는 몸이 워낙 허약했고 송희재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그녀를 지켜보며 자랐다. 그러다 보니 진작부터 자기 여동생으로 여겼을 것이다.
서제평과 자신처럼 혈연관계가 없어도 친자식보다 더 친하게 지냈다. 어떻게 이런 추잡한 생각으로 그들을 엮으려 할 수 있단 말인가?
송씨 집을 나서자마자 칼바람이 불어왔다. 서정희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시동을 걸어 에어컨을 켰다. 따뜻한 난방이 유리에 낀 서리를 날려버렸다. 그녀는 손을 비비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문환희의 가엾은 신세 탓인지 왠지 우울한 기분으로 낯선 이 도시에서 허탈하게 차를 몰았다.
몇 명의 아이들도 곁에 없었고 서제평도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그녀의 유일한 친한 친구도 여기에 없었다. 도시 전체는 그녀에게 조금의 따뜻함도 주지 못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에는 각양각색의 장면이 떠올랐다. 옛날 학교에 가서 마음에 드는 가게를 찾아 오후 내내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학생들의 화사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보니 마치 옛날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나서야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이 별장은 그녀 자신의 돈으로 산 것이다. 염정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잘 꾸며진 마당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조금의 따뜻함도 느끼지 못했다. 마음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송희재가 문환희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집이 아무리 커도 가족이 없으니 썰렁했다.
부씨 저택에 부남진과 부장성이 있지만 그들과는 과거의 감정적 기반이 없었다. 또 두 남자는 매우 바빠서 일반 가족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당의 가로등은 일찌감치 켜져 있었고 노란 불빛에 흰 눈이 흩날리는 모습이 외로움을 더했다.
문을 열고 불을 켜려고 할 때 남자가 다가와 그녀를 뒤에서 살짝 껴안았다.
따뜻한 그의 몸은 그녀의 몸에 쌓인 눈을 녹였다.
키가 큰 그는 서정희의 어깨에 턱을 얹고 말했다.
“정희야, 미안해.”
그 억울한 목소리는 마치 큰 개가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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