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3장

치근덕거리는 남자에게 서정희가 한마디 했다. “얌전히 있어.” 염정훈은 그녀의 잠옷을 걷어 올리더니 머리를 파고들었다. 넓은 옷자락 밑으로 중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는 네가 볼 것을 봐. 나는 내 할 것을 할 테니.” 서정희는 어이가 없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는 금욕적이고 도도한 태도였지만 오늘은 완전히 무장해제 되었다. 몸이 조금씩 나른해졌다. 더 이상 가만히 누워 영화를 볼 수 없었다. 푸른빛이 번쩍이는 가운데 서정희는 목을 높이 쳐들었다. 염정훈은 그녀의 허리 아래에 쿠션을 받쳤다. 옷은 이미 가슴까지 말려 올라가 그녀의 평평한 아랫배가 드러났다. “정희야...” 염정훈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밤이 깊어지고 영화는 진작 끝났다. 서정희는 녹초가 된 채 그의 가슴에 기대어 있었다. 염정훈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방까지 안아 줄게.” 소파 밑에 널브러져 있는 옷들을 본 서정희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늑대야?” 전에 이 정도로 과격한 적이 없었다. 그에게 안긴 채 꼼꼼히 몸을 씻었다. 그는 연고까지 발라줬다. 서정희는 나른하게 침대에 엎드렸고 염정훈은 그녀의 허리를 마사지해줬다. 허정희는 흐뭇한 듯 눈을 감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또 무슨 생각이 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 “송희재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거 알아?” “들었어. 몸이 안 좋아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했는데 갑자기 그건 왜? 여동생을 돌파구로 삼고 싶은 거야?” 염정훈은 시큰둥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럴 필요 없어. 송희재를 상대할 방법이 있으니까.” “오늘 여동생을 만났어.” “그다음엔?” 임신했는데 몸이 독에 중독돼 아이를 낳기 어려워. 너무 불쌍해서 먼저 찾아가 치료해 주려다 송희재를 만났어.” 서정희는 송희재의 눈빛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송희재가 입으로 한송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잘 못 느꼈는데 오늘 동생에게 대하는 태도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 우리가 아는 그 사람 같지가 않았다니까.” “누구나 약점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