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2장

의술은 자신의 전문 분야이기에 서정희는 자신 있게 답했다. “말해도 안 믿을 거잖아요. 움직이지 마요.” 다행히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을 고려했다. 그녀는 자신을 의사 신분으로 위장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가방에는 모두 의료 용품들이었다. 그녀는 침과 램프를 꺼냈다. 그녀가 은침을 들고 있자 신동우가 차갑게 물었다. “뭘 하려는 거야?” “피가 통할 수 있게 침을 놓을 거예요. 그래야 두통이 완화되죠. 걱정하지 마요. 죽이지 않을 거니까. 죽일 거였으면 방금 전 혼미 상태일 때 이미 죽였을 거예요.”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두통이 너무 심해서인지 신동우는 마지막 동화줄을 잡는 마음으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날 살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지옥의 맛을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서정희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침을 놓았다. 이게 뭔 일이래? 반지를 찾지도 못했는데 오히려 침을 놔주다니. 만약 할아버지가 알았으면 화낼 텐데. 침을 다 놓은 다음에 서정희는 또 소독약과 붕대를 꺼냈다. “또 뭘 하려는 거야?” 서정희는 눈앞에 침을 꽂아서 고슴도치가 신동우를 보면서 혼내듯 말했다. “눈이 멀었어요? 지금 소독해 주는 거 안 보여요?” 그리고는 핀셋으로 솜을 짚어서 알코올을 묻히고는 그의 상처에 거칠게 가져다 댔다. 신동우는 아팠지만 이를 꽉 깨물고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는 아픔을 꾹 참고 그녀가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여전히 경각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 야밤에 여자가 홀로 이런 곳에는 왜 왔어? 승냥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승냥이가 그쪽보다 무섭지는 않을 거예요. 사람을 보자마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신동우는 그녀를 노려봤다. 서정희는 일부러 못 본 척했다. “옷을 벗어요. 팔의 상처를 볼게요.” “내가 누군 줄 알고 치료해주겠다는 거야?”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당장 날 죽이지는 않겠죠? 먼저 약속해요. 만약 내가 치료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