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3장

서정희는 두려움에 떠는 듯 연기했다. “뭘 하려는 거예요? 내가 구해주면 보내주겠다고 했잖아요. 아직 약을 찾아야......” 신동우는 아예 그녀를 들어서 마대자루를 메듯 어깨에 걸쳤다. 그러고는 그녀의 가방을 등에 멨다. “내 두통을 완전히 치료하기 전에는 놔주지 않을 거니까 단념해.” 서정희는 입 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는 시후에게 손으로 사인을 줬다. 그녀는 일부러 자신의 의술을 그에게 보여줬다. 그래서 신동우가 자신이 유용하다고 느끼고 자신을 옆에 두면 치료하는 동안 기회를 봐서 반지를 찾을 수 있을 거니까. 어쩌면 할아버지와 염정훈을 위해 더 많은 기밀을 얻을 수도 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림자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괜찮으십니까?” “이건 적군의 포로에요? 그런데 왜 여자에요?” “생매장 할까요?” “아니면 물고기 먹잇감으로 던질까요?” 그럼 그렇지. 윗사람이 어떤 사람이면 그 아랫사람도 똑같은 법이지. 그리고 윗통을 벗은 신동우를 보면 누가 한 나라의 수령이라고 하겠는가? 분명 거칠기 짝이 없는 야만인이구만. 신동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를 훑더니 말했다. “이 여자는 의사다. 물고기 먹잇감은 얼어죽을. 내 두통을 치료해줄 사람이니까 털끝 하나 다치지 마라. 아니면 너희들을 물고기 먹잇감으로 던져 버릴 거야.” “의사? 여기에 의사가 어떻게 있어요? 이 여자한테 괜히 속지 말아요. 만일 스파이이면 어덕해요.” “그래요. 어떤 의사가 이런 곳에 나타나요.” 신동우도 당연히 그건 생각했었다. 그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여태껏 엄청 많은 의사를 찾아갔지만, 두통에 대해서는 다들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은침 몇 대를 꽂았는데 바로 진통이 되었다. “우선 돌아가자. 그 개자식은 찾았어? 내가 말했잖아. 나보다는 더 빨리 죽을 거라고.” 신동우는 화제를 돌렸다. 개자식이라면 염정훈을 말하는 건가? 서정희는 신동우의 허리를 힘껏 꼬집었다. 하지만 갑옷처럼 탄탄한 그의 근육질에 있어서 그건 그저 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