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3장
밤새 비가 내렸고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졌다. 염정훈은 품에 안겨 잠든 여인을 쳐다봤다. 이불을 살짝 걷어내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의 몸에 그의 흔적이 가득했다.
몸을 움직이자 서정희도 깨어났다. 서정희는 이불로 가슴을 가렸다. 정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뒷모습에는 쓸쓸함이 가득했다.
가운을 걸치고 맨발로 염정훈에게 다가가 등 뒤에서 그의 목을 감쌌다.
“왜?”
즉시 담배를 끈 염정훈은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중얼거렸다.
“정희야...”
염정훈은 눈앞의 사람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예전 서정희의 감정을 몸소 실감했다.
손가락이 그녀의 눈매를 따라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머릿속 깊은 곳에 영원히 새길 것처럼 말이다.
“정말 정희 너 맞아?”
염정훈의 눈빛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분명 안고 있지만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서정희는 그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댔다. 그녀의 심장박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래도 실감이 안 나?”
그녀를 바라보는 염정훈의 눈빛은 마치 비안개에 싸인 푸른 산처럼 잔잔한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염정훈을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이런 그를 본 적이 없다.
“정훈 씨, 도대체 왜 그래?”
염정훈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좀 더 잘까? 배고프면 진영이더러 아침을 가져다 달라고 할게.”
“오늘 스케줄 없어? 우리는 언제 귀국해?”
서정희는 이제 빨리 떠나고 싶었다.
신동우는 분명 바깥에 자기 사람들을 뒀을 것이다. 서정희도 시후가 죽었는지 확인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두 사람은 원래부터 큰 갈등이 없었다. 단지 두 번 파트너를 이뤘을 뿐 친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번 임무가 실패했기에 서둘러 돌아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오늘 하루 종일 5개국 회의야. 저녁에 돌아와서 저녁 같이 먹고 내일 아침 일찍 귀국하자.”
염정훈은 스케쥴을 서정희에게 알려줬다.
하지만 눈에는 여전히 근심이 가득했다.
서정희는 그를 향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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