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7장
부남진은 찬바람을 가르고 우뚝 서 있었다. 부남진의 몸은 서정희의 보살핌 덕분에 아주 빨리 회복되었다. 지금 보면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전에 염색한 머리카락의 뿌리에 다시 흰 머리카락이 자랐지만 정정한 카리스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은사님.”
염정훈은 숨을 가다듬었다. 서정희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안 후부터 더욱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정훈아, 나는 너를 아주 좋게 봤어. 하지만 정희에게 큰 상처를 줬어. 예전에 네가 정희를 기만했으니 너희 두 사람에게 앞으로라는 것은 없어. 정희를 넘보지 마.”
부남진은 진지한 얼굴로 한마디 보탰다.
“내가 있는 한 두 번 다시 정희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염정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와 서정희의 과거는 누가 봐도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오해가 많았다. 그녀에게 확실히 상처도 줬다.
염정훈은 입이 열 개라도 설명할 수 없었다. 지금 내뱉는 말들은 모두가 변명처럼 들릴 것이다.
“은사님, 다시는 정희를 해치지 않을게요. 맹세합니다.”
부남진은 그를 뚫어지게 보더니 한마디 했다.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 거짓말이야.”
말을 마친 그는 서정희를 끌고 돌아섰다.
염정훈은 두 손을 꼭 쥐었다. 손등에는 뼈마디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꼿꼿한 등은 말할 수 없이 쓸쓸해 보였다.
서정희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에 대한 사랑이 그 상처를 치유할 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집애야, 아무도 너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없어. 만약 네가 재혼할 생각이 없다면 할아버지도 반대하지 않을게.”
“고마워요, 할아버지.”
서정희는 자기 방에 들어가 세수했다. 염정훈의 황량한 뒷모습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예전에 자신이 그를 쫓아다닐 때도 마찬가지 아니었겠는가?
그녀는 복수할 마음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일을 완전히 잊을 수도 없었다.
그저 한번 또 한 번 스스로 되새겼다. 지금 이 상태가 제일 좋다고, 결혼은 그녀를 속박하는 족쇄이고 그 족쇄만 없으면 더 자유로워질 거라고...
저녁 식사 자리에는 별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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