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9장

서정희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정훈 씨,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맞아. 하지만 옛날의 일들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잊을 수가 없어.” 서정희는 병에 걸려 버림받았던 그 시절을 회상할 용기조차 없었다. “그만 좀 몰아붙이면 안 될까?” 염정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시울은 시뻘게졌다. 염정훈도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신동우의 등장은 그에게 큰 위협감을 주었다. 이번에 무사히 귀국했지만 서정희의 신분이 노출됐다. 서정희가 정말 송이가 아니라면 부장성이 마중 나올 필요가 없다는 것을 신동우는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신동우의 성격으로 봐서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서정희는 재혼을 거부하고 있고 지금 그녀를 껴안고 있다고 해도 전혀 안정감이 없다. 염정훈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강요하지 않을게.” 깊은 밤, 서정희는 염정훈의 품에 안겨있었지만 잠이 들지 못했다. 휴대폰 배터리도 없었다. 며칠 동안 많은 사람이 그녀에게 연락했다. 백씨 집안에서는 최근에 수술 언제 할 거냐고 연락이 왔고 전의현도 갑자기 연락이 끊긴 서정희에게 여러 통의 메시지를 먼저 보냈다. 그 외에도 문환희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왔다. 아마도 아이를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서정희도 아이의 엄마로서 문환희의 마음을 잘 이해했다. 그러나 늦은 시각이라 문환희에게 연락하기 곤란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염정훈의 가슴에 엎드려 물었다. “아직도 안 자?” “잠이 안 와.” 염정훈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네가 갑자기 사라질까 봐.” 서정희는 피식 웃었다. “도망갈 일 없으니까 어서 자. 연말이라 바쁘잖아.” “아무리 바빠도 너와 함께 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아.” 서정희는 그의 얇은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급한 일 끝나면 나와 같이 아이를 데리러 갈래? 아이들도 곧 방학이야.” 염정훈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아이를 만나게 해준다고?” 요 몇 년 동안 서정희는 아이를 꼭꼭 숨겼다. 염정훈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정훈 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