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2장

이명란이 한송이가 미쳐 날뛰는 꼴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고 한시안의 사람이라면 따끔하게 충고를 해줬어야지 악행을 눈 감아주고 도와서는 안 됐다. 서정희는 눈앞의 아줌마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너무 이상했다. “할아버지.” 서정희는 시선을 거두고 부남진 곁으로 다가갔다. “아무리 그래도 뱃속에 아이가 있는데 그만 일어나라고 해요. 아직 3개월도 안 돼서 유산할 수도 있어요.” 한송이는 가증스러웠지만 뱃속의 아이는 죄가 없었다. 송환희가 기를 쓰고 아이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저릿했다. 또 하나의 새 생명이 떠나 보내고 싶지 않았다. “가식 떨지 말라고!” 한송이가 소리를 질렀다. 서정희가 부남진을 부축하며 자리에 앉았다. 부남진은 집사가 건네는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꿇고 싶으면 계속 꿇어. 그러다 아이 유산하고 형이 확정되면 그때는 감옥 가서 네 성질 그대로 부리면 되겠네.” 감옥 간다는 말에 한송이가 벌떡 일어났다. 너무 급하게 일어나는 바람에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리는 것을 이명란이 재빨리 부축했다. “아가씨, 조심하세요.” 한송이가 한시안의 소매를 붙잡고 애원했다. “엄마, 내 편 좀 들어줘요.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난…” 쨍그랑! 한시안이 탁자 위의 청자기 찻잔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 그동안 한송이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사람 데리고 남의 집에 쳐들어가고 사람을 유산할 때까지 패고. 한송이. 대체 뭘 믿고 그렇게 거만하게 나대! 네가 한 게 고의가 아니라면 대체 뭐가 고의인데?” “엄마, 어떻게 엄마까지 이럴 수 있어요? 오해했어요. 희재 씨가 걔랑 바람난 줄 알고 그랬어요.” “오해했단 건 알아? 왜 처음부터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충동적으로 일을 벌여!” “참을 수 없었어요…” 한시안은 자기 딸이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지? 서정희 10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