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3장

폭풍우와 같은 나날을 겪었던 서정희였기에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우산이 되어 비바람을 막아주고 싶었다. “바보야, 이 세상에 너보다 더 고생한 사람은 없어.” 염정훈은 서정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손을 끌고 달렸다. 부장성과 송희재는 이미 마주쳤다. 여기서 두 사람을 만나자 모두 이상하게 쳐다봤다. “왜 여기 있어요?” 송희재는 부장성을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한송이 때문에...” 부씨 가문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은 이후 송희재는 부장성 앞에선 더 이상 공손한 태도가 아니었다. 시큰둥하고 아니꼬운 눈빛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송희재의 태도에 부장성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었다. “오해하지 마. 한송이 때문에 온 것은 맞지만 별 뜻 없어.” 송희재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부씨 집안의 사람들은 약점을 감추기로 유명하다. 집안사람이 사고당하는 것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그럼 여긴 왜 왔는데요?” “그것까지 네가 알 필요는 없고.” 두 사람 모두 동시에 들어가려 했다. 아무도 양보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험악했다. 이때 뒤에서 서정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둘째 삼촌, 송희재 씨, 우리가 여기에 같은 목적으로 온 것이니 더 이상 싸우지 마세요.”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서정희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온 목적이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서정희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송희재 씨, 내 추측이 맞다면 오늘 문환희에게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온 거죠?” 송희재는 염정훈을 바라봤다. 이 인간이 또 나를 도청했단 말인가! “왜 쳐다봐? 네가 침대 머리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도청할 만큼 나 한가하지 않아.” 이 말뜻인즉슨 염정훈은 이미 그와 문환희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송희재도 감출 필요 없었다. 부씨 집안에 복수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뭐가 두려우랴. 서정희도 염정훈의 말뜻에서 뭔가 짐작했지만 부장성만은 아직 두 사람 사이를 모르고 있었다. 이 세 사람의 분위기는 마치 대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