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2장

서정희는 염정훈의 혈액형을 모르고 있었다. 진상정이 설명을 덧붙였다. “대표님은 보기 드문 P1 혈액형이에요.” 그 말을 들은 서정희는 눈앞이 까매져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의학을 전공한 서정희가 그 혈액형이 얼마나 희귀한지 모를 리 없었다. P 혈액형은 ABO 혈액형과 RH 혈액형을 제외한 혈액형으로 P1, P2, P1k, P2k 그리고 P 다섯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그중 P1과 P2는 나머지 세가지 혈액형에 비하면 흔했다. 하지만 P형 혈액만 해도 찾기 어려운 데다 대량으로 수혈을 해야 했기 때문에 피가 부족할 가능성이 더 컸다. “어떻게 이래…” 진상정이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다리가 풀린 서정희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피를 흘리고 누워있는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했다. “사모님, 사모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워낙 건강하신 분이니까 별일 없을 거예요. 만약 그 파편들이 사모님한테 박혔다면 원래도 지병이 있는 사모님은 더 크게 다쳤을 거예요. 그러니까 대표님이 그런 선택을 하신 거예요.”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진 서정희는 진상정의 소매를 붙들고 물었다. “혈액은행에 저장해둔 피가 있어요?” “걱정 마세요. 무조건 있어요. 대표님 혈액형이 특이해서 오래전부터 준비해 두었으니까요. 정 안되면 다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술실에서 의사가 걸어 나왔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 밖에 보이지 않았음에도 서정희는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서정희는 몇 마디 물어보려 했으나 의사는 그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간호사에게 물었다. “한송이는 아직 안 왔어?” “한 대위님 군무 보러 가셨는데 일찍 연락해 뒀으니 곧…” ‘쾅!’하는 소리와 함께 비상구 문이 열렸다. 군복을 입은 잘생긴 여자가 비상구에서 빠르게 걸어 나왔다. 아마도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 옥상 에이프런에서부터 달려온 모양이었다. 침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걸음걸이였다. “아저씨, 어떻게 됐어요?” 여자는 수술실로 걸어가며 다급하게 물었다. 눈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