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6장
염정훈은 이틀 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했던 건 오이처럼 생긴 과일에서 은은한 향이 풍기면서 식욕을 자극했다.
그래서 몇 입을 먹었다. 수분이 많았고, 단맛이 났는데,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통증이 완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약이야?”
그는 소희에게 물었다.
그러자 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난생처음 보는 과일인지 야채인지 모르는 음식을 건넸다.
염정훈은 얼른 멀었다. 해독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들을 먹으니 체력이 약간 생기는 것 같았다. 몸 상태도 호전되는 느낌이었다.
“소희야, 고마워.”
그는 또다시 손을 내밀어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네 부모님이 어떤 분들이신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너 같이 사랑스러운 딸을 낳았을까?”
소희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염정훈을 빤히 쳐다봤다. 민경이 언니랑 너무 닮았어. 그럼 혹시 우리 아빤가?
소희가 깊은 사색에 빠져있는데 염정훈이 손을 그의 머리에서 떼면서 말했다.
“소희야, 미안해. 아저씨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아서 너랑 더 이상 놀아줄 수 없어.”
소희는 말은 못했지만 어른스럽고, 말을 잘 들었다. 어린 나이에 의술도 익히고 있어서 기특했다.
그래서 놀아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할 일이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염정훈은 음식을 잠깐 먹고 계속해서 유서를 적었다.
그는 밤새 쉬지 않았다. 소희의 피로 연명한 목숨이 차츰 바닥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관들의 퇴화 속도가 빨라졌다. 유서는 이미 다 적었고, 남은 시간은 서정희와 아이와 보내고 싶었다.
이렇게 빨리 생명이 끝날날 줄 몰랐다. 계속해서 체력을 소모하고 있었기에 독이 더 빨리 체내에 퍼졌다.
염정훈은 염정한에게 편지를 길게 썼다. 자신은 좋은 아빠가 아니었고, 원만한 가정도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문의 중임을 그에게 떠맡게 해서 미안하지만 아빠는 항상 그를 사랑했고, 이제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로는 엄마에게 쓰는 편지였다. 내용은 길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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