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0장
염정훈은 그렇게 공허로 나락했다.
다만 그의 몸은 바닥에 주저앉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붙잡았다.
염정훈은 의식을 잃었고, 맥없이 그 사람에게 축 늘어졌다.
딸랑, 딸랑.
소희는 너무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말은 못하지만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진상정과 진영도 슬플 겨를 없었다. 그들은 어느새 나타난 여인에게 시선이 고정됐다.
그 여인은 아래위 까만 옷차림이었고, 발에는 두꺼운 부츠를 신고 있었다.
타이트한 가죽 옷 차림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곧이곧대로 그려냈다. 소박한 마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었다.
우아한 몸매를 따라 올라가 보니, 얼굴은 예쁘지는 않았고, 깔끔하게 생긴 정도였다.
그런데 저렇게 생긴 여인이 어떻게 이렇게 예쁜 혼열아를 낳은 거지?
여인은 한 손으로 염정훈의 허리를 잡고, 한 손으로는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희는 빠르게 수화를 했다. 그러자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알았어.”
진영이 얼른 다가가서 물었다.
“혹시 귀하가 신의십니까?”
“네.”
여인은 차가운 목소리고 단답식으로 답했다.
여인은 우선 염정훈을 바닥에 눕히고 숨소리를 들어보았다. 아직 희망이 있었다.
그러자 바로 옷을 벗겼다. 셔츠를 입었기에, 단추를 일일이 풀기 귀찮아서 비수를 가지고 옷을 찢어버렸다.
동작은 엄청 날렵했다. 비수의 날이 번쩍하는 사이, 염정훈의 가슴이 바로 드러났다.
진영과 진상정은 신속한 동작에 깜짝 놀랐다.
방금 전에 옷이 아닌 사람을 찌른 거였다면 지금쯤 몸이 두 동강이 났을 것이다.
“신의 선생님, 어떻습니까? 희망이 있습니까?”
“독이 아직 심장까지 퍼지지 않아서 구할 수 있어요.”
여인은 소희를 보고 말했다.
“소희야, 네 피를 좀 써야겠구나.”
소희는 아무런 의견이 없는 듯 이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소희의 손바닥은 이미 붕대로 감겨 있었다.
“네 피를 이미 먹였어?”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인은 미간을 좁혔다. 더 이상 딸의 피를 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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