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0화 얼렁뚱땅 넘어가다
고유정은 입을 열지 않고 채연희를 바라보았다.
그 뜻은 명백했다. 고도식과 단둘이 얘기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녀의 뜻을 이해한 채연희의 얼굴이 한순간 창백해지더니 가슴이 더욱더 아팠다. 그리고 입꼬리를 가까스로 들어 올리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유정아, 엄마잖아. 들으면 안 돼? 아빠랑만 말할 거야?"
고유정은 고개를 돌리고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행동은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채연희의 심장을 찔렀다. 그녀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딸은 그녀와 대화하는 걸 거부했고 심지어 자신을 보지 않으려 했다.
'유정이가…….'
채연희는 얼굴을 가리며 울기 시작했다.
모녀 갈등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고도식도 이 장면을 보고 이마를 찌푸렸다. 그리고 다소 불쾌한 눈빛으로 고유정을 바라보았다.
아내가 한 말 때문에 딸이 속상하고 화가 난다는 걸 그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이런 행동이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상처를 주는 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아내가 딸한테 잘해 줬던 건 사실이었다. 설령 그게 연기일지라도.
딸한테 정이 가지 않는다 해도 아내는 딸을 멀리하지 않고 잘 대해 주었다. 그가 보기엔 아내가 딸한테 미안한 건 없었다.
고유정이 잠시 화풀이하는 건 상관없지만 이렇게까지 채연희를 무시하는 건 이해되지 않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고도식의 목소리가 많이 차가워졌다.
"유정아, 그만해. 네 엄마야. 잘못했다 해도 이렇게 계속 원망하는 건 옳지 않아. 더구나 지금까지 너한테 잘해 줬잖아."
고유정은 그의 불만스러운 말투를 듣고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대답이 없자, 고도식은 채연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조금 부드러워진 표정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일단 나가봐. 둘 다 진정해지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채연희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말을 마친 그녀는 연신 뒤 돌아보며 병실 입구로 걸어갔다.
문이 닫히자, 병실 안은 고도식과 고유정 둘만 남게 되었다.
고도식은 이마를 누르며 고개를 숙인 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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