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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소독수 냄새가 코를 찌르는 중환자실은 의료기기에서 나는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배수혁은 끝도 없는 어둠과 통증에 시달리다가 며칠 뒤 새어 들어온 약간의 빛에 정신을 차렸다.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리자 흐릿하던 시야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창밖으로 새어 들어온 다소 창백해 보이는 햇빛이었고 그다음으로 침대맡에 앉은 성아린이었다. 자리에 앉은 성아린은 아이보리색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몸을 한쪽으로 돌린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덤덤한 표정은 기분이 어떤지 보아낼 수 없었다. 햇빛이 또렷하면서도 부드러운 성아린의 이목구비를 비추자 금빛이 감도는 것 같았다. 순간 배수혁은 두 사람이 배신과 좌절을 겪기 전 평온하고 따듯한 오후를 즐기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흥분되면서도 서글퍼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말라서 터진 입을 움직이며 소리를 내려했지만 갈라진 탄식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성아린은 그 작은 소리에도 반응했다. 고개를 돌려 배수혁의 얼굴을 쳐다보는 성아린의 눈빛은 경악도, 흥분도 아닌 그저 갓 깨어난 일반 환자를 보는 것 같았다. 침대맡에 놓인 물잔을 들어 올린 성아린은 면봉에 물을 묻혀 배수혁의 마른 입술을 적셔줬다. 행동이 익숙하면서도 자연스러웠지만 선이 명확한 게 거리감이 느껴졌다. 따스한 보살핌은 열쇠가 되어 오랫동안 쌓아 올린 후회의 문을 열어버렸다. 손을 내밀어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성아린이 거둔 손을 덥석 잡는데 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과 손바닥에 난 상처가 벌어져 고통에 손이 살짝 떨렸다. “아린아... 아린아...” 배수혁은 허약하게 숨을 내뱉으며 갈라졌지만 다급한 목소리로 성아린을 불렀다. 부릅뜬 눈은 마치 성아린의 모습을 영혼에 새기려는 것 같았다. “미... 미안해... 내... 내가 어리석었어... 내가 보는 눈이 없었어... 내가 나쁜놈이야...” 눈물이 빨갛게 충혈된 눈에서 핼쑥하게 질린 볼을 타고 흘러내려 베개 시트를 적셨다. 업계를 휘어잡으며 고개 한번 숙여본 적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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