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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민세희는 익숙한 온기 속에서 눈을 떴다. 강도윤은 언제 침대에 올라왔는지 그녀의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며 목덜미를 따라 집요하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역겨움이 순간적으로 밀려왔다. 생각할 틈도 없이 민세희는 무릎을 굽혀 온 힘으로 그를 밀쳐냈다. 강도윤은 낮은 신음을 내며 동작을 멈췄고 그 틈을 타 민세희는 몸을 빼내 이불을 움켜 덮었다. “강도윤, 너 지금 재산이 몇십조는 될 텐데 참기 힘들면 나무에 가서 비비든가 해. 왜 굳이 나를 역겹게 만들어?” 강도윤은 고통을 가라앉히면서도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며 매끈한 복근을 드러냈다. “아가씨, 강성시는 땅값이 금값인데 내가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아가씨를 먹여 살리고 있잖아.”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가끔 욕구를 해소하는 정도면 과한 요구도 아니고?” 그 웃음에 민세희는 어금니가 저릴 만큼 이를 악물었다. 한때 자신이 거둬들인 그가 이제는 자신을 반려동물처럼 다루는 듯했다. 그 모욕감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꺼져.” 그러나 강도윤은 비켜설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선 그는 옷장으로 향했다. “오늘 밤 자선 만찬회가 있어. 너도 같이 가.” “안 가.” “그건 힘들지. 내 아내라면 당연히 참석해야지.” 그는 짙은 녹색 롱 드레스를 꺼내 들고 돌아서더니 이불 속의 그녀를 억지로 끌어냈다. 민세희는 버둥거리며 저항하다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럼에도 강도윤의 표정은 단 하나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를 가뿐히 제압한 채 차분하게 옷을 입혔다. “여보, 살살 때려. 조금 있다 사람들 만나야 하잖아.” 그 말과 함께 그는 무릎을 꿇어 그녀의 발목을 잡고 하이힐을 신겼다. 그 모습은 지난 10년 동안 순종적으로 그녀 뒤만 따르던 어린 시절의 모습과 겹쳐졌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과거의 태도는 ‘굴복’이었고 지금의 태도는 ‘장악’이었다. 민세희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매 맞는 것보다 더한 굴욕이 가슴을 할퀴고 지나갔다. 결국 그녀는 억지로 단장된 채 차에 실려 연회장으로 향했다. 연회장은 화려한 불빛으로 눈 부셨다. 민세희가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예전에는 아첨으로 굽신거리던 얼굴들이 이제는 연민, 조롱, 고소한 표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와?” “쯧, 아직도 민씨 가문 아가씨인 줄 아나?” “저 꼴 하고 뭘 잘난 척이야?” 민세희는 무표정하게 강도윤의 뒤를 따랐다. 강도윤은 그녀가 자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즐기는 듯했고 굳이 말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 듯했다. 그러고는 그녀를 연회장 한가운데 홀로 남겨둔 채 술잔을 들고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러 갔다. 그때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그녀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강성시의 고고한 장미라더니... 아름다움은 여전하군. 마음이 다 설레네.” 민세희는 강도윤이 왜 자신을 이 자리에 홀로 세워두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모욕을 직접 겪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고개조차 들기 귀찮다는 듯 건조하게 말했다. “꺼져.” 면박을 당한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좋게 말해도 못 알아듣네! 아직도 민씨 집안 귀한 줄 아나? 강 대표님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것도 당연하지. 너처럼 은혜도 모르는 인간을 누가 감당하겠어!” 민세희의 머릿속이 ‘윙’ 하고 울렸다. 남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자 조금 떨어진 테라스가 보였다. 그곳에는 강도윤과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민세희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조롱 가득한 목소리로 “너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라고 말하던 사촌 여동생, 민소정이었다. 민소정은 발끝을 들고 강도윤의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있었고 강도윤은 피하지 않았다. 그 순간, 이미 증오와 절망으로 다 잊어버렸다고 믿었던 심장이 찌릿하게 저렸다. 10년 동안 강도윤에게는 민세희밖에 없었다. 그의 세상엔 오직 그녀뿐이었고 그는 순순히 그녀 손바닥 위에 자신의 목줄을 올려두던 존재였다. 이제 더 이상 그녀에게 생존을 구걸할 필요가 없게 되자 다른 여자를 곁에 둔 것이다. 민세희는 이 광경이 마음속에서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견디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뭘 봐?” 중년 남자는 여전히 독을 토해냈다. “아직도 귀한 줄 아나? 강 대표님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민세희는 눈을 내리깔며 모든 감정을 단 하나로 좁혔다. 손에 잡힌 술병을 들어 올려 망설임 없이 남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퍽!” 술병이 산산이 부서지며 붉은 액체가 피와 섞여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중년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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