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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장

“그런데 왜 여기 있어?” 나영재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 본인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하지만 안소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영재를 거부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안소희와의 대화에 나영재는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래야만 그의 불안한 마음을 잠시라도 놓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그녀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대치하며 자리에 선 채 더 이상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런 분위기가 싫은 안소희는 말도 없이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러자 나영재가 바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대체 원하는 게 뭔데?” 안소희는 정말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영재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 물음에 아직 대답하지 않았어.” “소개팅.” 안소희는 하찮은 얼굴로 세 글자를 툭 내뱉었다. “서도훈이랑?” “그것까지 너에게 말할 이유는 없어.” “말하지 않으면 나 이제부터 매일 너의 집에 찾아가서 결혼 얘기 꺼낼 거야.” 나영재는 저도 모르게 이 말이 툭 튀어나왔다. “문전박대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서울 사람 모두가 알게 될 테니까.” 그러자 뒤돌아서 있던 안소희는 나영재 앞에 똑바로 서서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예전에는 왜 나영재가 이렇게 막돼먹은 인간인 줄 몰랐을까? 나영재 또한 그녀의 눈빛에서 자신에 대한 거부감과 불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마음이 상했지만 그렇다고 이 손을 이대로 놓을 수 없었다. “서도훈이 아니야. 할아버지가 나더러 여기에 오라고 한 거야.” 안소희는 나영재와 더 이상 말다툼을 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 말에 나영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나영재가 더 묻기 전에 안소희는 다른 손으로 그가 잡고 있는 손을 옆으로 치웠다.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나영재에게 한마디 더 했다.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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