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4장
“다 왔어.”
안소희가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티가 팍팍 나는 말투였다.
나영재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고개를 돌려 그윽한 눈빛으로 안소희를 바라보았다.
차에서 내리면 그녀를 볼 수 없게 된다.
차에서 내리는 인기척이 나지 않자 그가 잠에 든 줄로 오해한 안소희가 그를 깨우려 고개를 돌렸다.
오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그의 깊은 두 눈동자와 눈빛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그의 수많은 감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아련하고 씁쓸한 그의 눈빛에 그녀도 덩달아 울적해졌다.
‘이젠 그를 사랑하지 않는데, 그에게 아무런 마음도 남아있지 않는데... 그럼에도 그의 아픈 눈빛에 마음이 가라앉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NA그룹에 도착했어.”
안소희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내려.”
나영재는 나지막이 대답한 뒤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어 차에서 내렸다.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나려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나영재가 손으로 차 문을 잡고 한참이 지나도 문을 닫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회장님께서 너한테 결혼을 재촉하거나 맞선을 강요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녀가 묻기 전에 나영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난히 낮고 묵직한 목소리였다.
“너 이제 자유라고.”
안소희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안 되는 말에 다시 물으려 했을 땐 나영재가 이미 문을 닫아버린 뒤였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NA그룹의 계단을 오르는 뒷모습을 뒤로하고 그녀는 미련없이 고개를 돌리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편.
회사로 돌아와 사무실의 의자에 몸을 기댄 나영재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가 돌아온 것을 본 성진영은 낮에 체결한 협의서를 나영재에게 건네주었다.
“사장님.”
“거기에 둬.”
성진영은 나영재의 분부대로 협의서를 책상에 올려놓은 뒤 바로 사무실을 나가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사무실 안쪽의 휴게실에서 좀 쉬려고 했던 나영재가 뭔가 할말이 있어 보이는 얼굴의 성진영을 보며 물었다.
“무슨 할 말 있어?”
“사장님께서 나씨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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